▲ 게티 이미지 뱅크 |
신라에 강수라는 학자가 있었다. 아버지가 낮은 벼슬을 하는 내세울 것 없는 집안의 아들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강수는 동네 대장장이 딸과 혼례도 올리지 않고 부부로 살았다. 강수의 나이 스무 살 무렵부터 강수의 글 짓는 실력이 널리 알려졌고 사위로 삼고 싶어 하는 집안이 많아졌다. 강수의 부모도 대장장이 딸이 며느리인 것이 부끄러워서 좋은 집안과 혼인을 시키려 했다.
“가난하고 비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리를 배우고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는 신분이 천하다고 해서 아내를 버릴 수 없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내를 여럿 둘 수가 있었고, 한 사람 더 맞아들인다고 해도 문제 될 일은 없었지만 도리를 지키고 실천하는 강수의 모습에서 뿌리 단단한 사람의 믿음이 느껴진다.
요즘, 부부의 이혼율이 증가하는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불륜이다. 도덕을 지키고 윤리를 지키는 것이 사람의 기본이지만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윤리 도덕을 제대로 가르쳐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기본적인 인성의 틀을 갖고 지킬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든 나무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뿌리다. 근본이다.
심리 상담소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찾는다. 개인 상담, 부부상담, 집단 상담, 가족 상담 등 여러 사람들이 오는데 개인 상담을 포함하여 가족 상담이 가장 많다. 좋은 뿌리로 튼튼하게 자리하고 부드러운 바람과 햇살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오죽하면 ‘가족 붕괴’라는 말이 나왔을까? 남보다 못하게 살아가는 경우도 있고 원수처럼 살벌하게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우선은 자신의 문제부터 해결해야하는 것이 기본이다.
뿌리를 단단하게 바로 세우기 위해 심리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은 미래가 보인다. 어둠의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보인다. 햇빛을 잘 받고 흙의 좋은 양분을 받는다면 근본이 바로선 뿌리가 깊은 사람으로 발전할 것이다.
씨 없는 과일은 먹어도 문제가 없다. 씨 없는 과일의 일부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서도 만들지만 대부분 접목을 통하여 우수한 종자를 개량한 것으로써 먹기 좋게 한다. 그리고 영양가가 많게 품질 개량을 한 것들도 많아 먹어도 무관하다. 뿌리가 상한 나무는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암도 말기가 되면 치료 불가한 경우가 있듯이 사람도 마음 깊은 곳의 상처를 치료하기는 쉽지 않다. 가면을 깊게 눌러 써서 스스로도 가면을 쓴 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이들도 치료하기 어렵다. 바른 심성을 위해서는 종자를 개량한 씨 없는 과일처럼 계속 사람을 개량 변화 시켜야 한다. 씨 없는 과일이 뿌리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걱정하는 사람들은 유전자 변형을 하면 우리 몸속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근거 없는 걱정일 뿐이다. 사람도 마음속의 상처가 심한 상태에서 마음을 변형 할 수 있는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면 약했던 뿌리가 단단해질 수 있을까? 마음의 변형이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성찰이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살게 된다. 뿌리가 단단한 사람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와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이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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