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安 구태정치”, 헌재 일방진행 중단촉구 맞불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임박해 오면서 정치권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야당은 ‘탄핵 전 하야설’에 대해 대통령 측이 시간을 벌기 위한 꼼수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테러위협까지 거론하는 등 여당에 대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여당도 야당 일부 후보의 발언에 대해 ‘구태정치’라며 반격하고 법조출신 의원들은 헌재가 일방적인 재판진행 중단을 촉구하는 등 맞불을 놓으며 탄핵정국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상대에 대해 발톱을 세우는 것은 헌재가 오는 27일을 최종 변론기일로 정하는 등 탄핵 결정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이전 자진사퇴설과 관련해 “만약 사실이라면 탄핵 심판 전에 질서있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인제 와서 사퇴를 검토한다는 것은 위법한 대통령을 넘어서 비겁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며 애국심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싸움을 내려놓으시고, 꼼수 사퇴 카드를 떨쳐버리시고 당당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정책워크숍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자진하야를 하면 바로 대선정국으로 가고, 특검 수사기간 종료로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은 대선 기간이라 실질적인 수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은 시간벌기를 할 것이고, 친박(친박근혜) 세력들은 대통령 후보나 당선자에게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측은 탄핵심판과 관련해 테러위협을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문 전 대표 캠프 김경수 대변인은 “(테러에 대한) 복수의 제보가 있었고, 모종의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제보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탄핵 찬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부 과격한 보수 지지자들이 문 전 대표에게 무력행사를 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실제로 문 전 대표의 안전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않나”라며 “캠프 자체 인력으로 경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당은 야권의 공격에 대해 맞받아쳤다. 특히 대선 ‘블루칩’으로 떠오른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며 집중 공격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회회의에서 “안 지사의 행동이 구태 정치로 옮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 지사가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될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적 분노와 상실감은 표현돼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문 전 대표가 언급한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뿐’이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라며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를 싸잡아 공격했다.
법조계 출신 여당 의원들은 “헌법재판소는 일방적인 재판 진행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당 유기준·경대수·김도읍·김진태·곽상도·정종섭·최교일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헌재의 탄핵 결정은 한 번 재판으로 끝나서 불복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