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잇는 책]독서하고 기록해 온 옛사람들 보며 '책 읽는 멋'을 깨우치다

  • 문화
  • 문화 일반

[맛잇는 책]독서하고 기록해 온 옛사람들 보며 '책 읽는 멋'을 깨우치다

  • 승인 2017-02-23 10:00
  • 신문게재 2017-02-24 12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책벌레와 메모광

▲ 책벌레와 메모광/정민 지음/문학동네/2015 刊
▲ 책벌레와 메모광/정민 지음/문학동네/2015 刊
'책벌레와 메모광'이라는 제목이 보기에 따라서는 진부하기도, 그저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예전에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 저자초청강연회를 통해 정민 선생님을 만나 본 인연도 있고 또 매일매일 수많은 책들 속에서 사는 나에게는 좀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옛날 책을 둘러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장서인 이야기, 책벌레를 막기 위한 은행잎 이야기, 그리고 돈을 받고 남의 책을 베껴 써주는 '용서傭書' 이야기 등이 나오는데 이러한 내용을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를 비교하며 보여주는 부분은 우리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 속에는 조선시대 정조의 총애를 받은 책벌레 이덕무가 단골로 출연한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서얼출신으로 태어난 이덕무는 어머니와 시집간 누이가 영양실조와 폐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사흘을 굶다가 책을 전당포에 맡기고 쌀로 바꿔와 굶어죽기를 면할 정도로 지독히 가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곁눈질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책을 읽었다.

이덕무의 책에 대한 사랑은 그의 「간서치전 看書痴傳」, 즉 「책만 보는 바보이야기」라는 글에도 잘 표현되어있다. “어려서부터 스물한 살 때까지 하루도 고서를 놓은 적이 없다. 한 번도 못 본 책을 보면 너무 기뻐 웃었다. 집안 식구들이 그가 웃는 것을 보고 어디서 또 기이한 책을 구해온 줄 알았다”라고 쓰여져 있다. 신분적인 제약과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책을 본 그 옛날의 이덕무를 만나면서 괜스레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오로지 책을 통해서 신분제의 벽을 극복해 나가는 이덕무를 보면서 독자들은 무한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부분은 일기, 편지, 비망록 그리고 책의 여백에 써놓은 여러 가지 기록, 즉 메모와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메모광의 대표자는 단연 다산 정약용을 들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책을 메모해 가면서 읽었다. 옛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통해 자신의 학설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다산은 메모할 때마다 그저 내용만 적은 것이 아니라 메모한 날짜, 그날의 건강상태까지 적어 두었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의 위대한 학문 뒤에는 이렇듯 체질화 된 메모의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다산 이외에도 연암 박지원의 말 잔등 위에서 작성한 메모, 이덕무의 감잎에 작성한 메모 등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요즘을 살고 있는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메모는 찰나의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기억하는데 필수적이다. 갑자기 떠오르는 좋은 생각, 아이디어 등이 그 순간을 지나치면 다시 본래대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처럼 하루하루 일기를 쓰듯이 메모를 하다보면 소중한 기록이 본인을 성장시키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특별한 형식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때그때 찰나의 생각을 메모하고 정리하다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나만의 능력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책과 메모에 관한 몇몇의 에피소드로 옛사람들의 책과 관련된 모든 생활을 추측할 수는 없지만, 책에 대한 옛사람들의 사랑과 기록에 대한 열정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직장인 연간 평균 독서량이 9.1권이고 성인의 64.9%가 스스로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시간이 없거나, 독서습관이 들지 않아서라고 답했다고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벌써 2017년 2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새해를 시작하며 가졌던 바램과 다짐들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한번 천천히 메모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혜란 가수원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한성일이 만난 사람]정상신 대전성모여고 총동문회장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