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대전예술의 전당 2017 프로젝트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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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대전예술의 전당 2017 프로젝트 대전

꿈처럼, 파도처럼 … 열아홉 플루티스트, 봄을 열다

  • 승인 2017-02-22 11:16
  • 신문게재 2017-02-24 11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대전 출신 아티스트 김유빈
정확하고 완벽한 연주로 관객 매료
혁명과 도전 등 다양한 주제
상징적으로 담아낸 구성도 성공적


대전예술의 전당이 기획한 새 시리즈물인 '2017 프로젝트 대전' 첫 번째 공연이 지난 16일 대전예당 아트홀 무대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에서 소개한 대전출신 아티스트는 플루티스트 김유빈. 지난해 12월 유럽의 명문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토 하우스'에 열여덟이라는 나이로 최연소 수석단원에 임명되면서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큰 화제가 되었던 연주자다. 그래서일까. 김유빈의 연주를 직접 듣기 위해 공연 전부터 로비는 대전 뿐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온 음악애호가들로 가득 찼다.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이 곧 일어날 혁명을 알리듯 힘차게 울려 퍼지고, 드디어 김유빈이 등장했다.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긴장한 듯한 열아홉의 발걸음은 오히려 많은 응원의 박수를 끌어냈다. 그가 선택한 곡은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 협주곡'. 과감한 선곡이다. 바이올린 곡을 플루트로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며, 대전예당 개관 이래 모든 공연을 통틀어 처음 연주되는 곡이라고 한다. 고향에서 관객들에게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많은 고민과 의지가 느껴졌던 선곡이었다.

그의 연주는 완벽했다. 음색은 날아갈 듯 경쾌했고, 때로는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묵직했다. 하차투리안의 모든 음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짚어 냈으며, 자신의 모든 기량을 쏟아 부었다. 지휘자, 교향악단과 대화하듯 호흡을 주고받으며 연주가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이 열아홉의 나이에 어떻게 이런 연주가 가능한 것인지 그저 놀랍기만 했다. 꿈꾸듯 몽환적이다가도 갑자기 성난 파도가 몰아치는 듯도 했다. 마치 처음부터 바이올린이 아닌 플루트를 위해 작곡된 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연주였다.

객석의 반응도 놀라웠다. 연주자가 보내는 열정이 관객에게 녹아들고, 관객이 느끼는 감동이 연주자에게 닿는 모습이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관객들은 숨죽이며 빨려 들어갈 듯 집중했다. 김유빈의 연주가 끝나자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앵콜을 유도했다. 몇 번의 커튼콜이 이어지고 난 뒤 앵콜곡에도 그의 퇴장에 아쉬워했다. 객석은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한마음으로 반응했다. 관객들의 수준 높은 매너와 호응이 돋보였던 공연이었다.

끝없는 상상력과 많은 이야기를 담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그리고 앙코르곡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중 왈츠로 이날 공연은 끝이 났다. 서울시향의 연주,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지휘자라 평가받는 성시연의 우아하고 열정적인 지휘도 최고 수준이었다.

객석을 꽉 채웠던 '프로젝트 대전' 첫 번째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혁명과 도전, 풍성한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연주곡 구성도 칭찬할 만 했다. 이런 참신한 시리즈물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장르를 넓혀가며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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