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누가 압니까? 어찌 될지!’ -새옹지마(塞翁之馬)로 위로를 삼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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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누가 압니까? 어찌 될지!’ -새옹지마(塞翁之馬)로 위로를 삼으며-

  • 승인 2017-02-21 18:24
  • 김용복/ 극작가김용복/ 극작가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 새옹지마!

출전은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이다.

옛날에 중국 북쪽 변방에 사는 노인이 기르던 말과 그 아들에 얽힌 이야기인데 요즘 SNS에서는 이렇게 회자(膾炙)되고 있다. 좌파건 우파건, 촛불이건 태극기건 귀담아 듣고 위로를 삼자.

옛날 옛날 그 옛날에 어느 왕이 사냥을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다. 왕은 사냥을 나갈 때면 언제나 자신을 수행하던 의사를 불렀다. 그 의사가 왕의 상처에 붕대를 감고 있는데 왕이 물었다. “아무 일 없겠는가?”

의사가 대답했다. “좋을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뭣이라? 이놈이 많이 컸네!”

그 후 왕은 일행들과 사냥을 계속 즐겼다. 궁으로 돌아오고 나서 상처가 덧나자 왕은 그 의사를 다시 불렀다. 의사는 상처를 소독하고, 조심스럽게 고약(膏藥)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왕이 걱정되어 또다시 물었다.

“확실히 괜찮겠는가?”

의사 역시 또 다시 답했다. “좋을 수도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뭣이 이 놈이” 왕은 불안해졌다. 그리고 예감은 들어맞았다.

며칠 만에 왕의 손가락은 너무 심하게 곪아서, 결국 의사는 왕의 손가락을 잘라야만 했다. 무능한 의사 때문에 머리끝 까지 화가 난 왕은 직접 의사를 지하 감옥으로 끌고 가 감방에 처넣었다.

“감방에 갇히니까 기분이 어떤가, 이 돌팔이놈아!”

의사는 어깨를 움츠리면서 대답했다. “폐하, 감옥에 갇힌 게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습니까?”

“아니 이놈이 무능하기만한 게 아니라 제정신이 아니로구나!“

왕은 그렇게 말하고서 자리를 떠났다. 몇 주 후 상처가 아물자 왕은 다시 사냥을 하러 궁 밖으로 나갔다. 사냥 중 짐승을 쫓다가 일행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왕은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리하여 길을 헤메던 왕은 숲 속 원주민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원주민들은 그가 손가락이 한 개 모자란 병신임을 발견하였다.

“가만! 이놈은 손가락이 아홉 개 밖에 없다. 에이, 신께 바칠 제물로는 불경스럽다. 그냥 풀어줘라.”

풀려난 왕은 며칠 만에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았고, 곧바로 지하감옥으로 가서 그 지혜로운 의사를 풀어주며 말했다.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느냐고 실없는 소릴 할 때는 멍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대가 옳았네. 손가락을 잃어버린 게 좋았던 거야. 하지만 그대를 감옥에 가둔 건 내가 나빴던 것이네. 미안하이.”

이 말을 의사가 받았다.

“폐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감옥에 갇힌 게 나빴다니요? 저를 감옥에 가두신 건 아주 잘한 일이었습니다. 아니면 저는 그 사냥에 폐하를 따라나섰을 테고, 제가 잡혔다면 저는 폐하대신 제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열 손가락을 다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위로 삼자 이 말, 새옹지마(塞翁之馬)!

요즘 우리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며 신음하는 국민여러분들. 어찌 압니까?

최순실 사건 때문에 또 다른 결과가 나타날지.

특검 때문에 지금은 마음 상하지만 얼마간 시간 흐르면 그 결과가 어찌 될지.

우리나라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행복지수 33위, 부패인식지수는 27위라고 하는데 김영란법이 통과되고 삼성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일로인해 이런 오명(汚名)을 벗게 될지.

며칠 전 밤에 먹구름 몰려오고 날이 새도록 천둥이 울렸다. 그런데 날이 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하늘이 맑았다.

그러니 이 말 새겨두자 새옹지마! ‘누가 압니까? 어찌 될지!’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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