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인간의 뇌, (아래)쥐의 뇌. |
KIST 외국인 유치과학자, 장소 세포의 공간적ㆍ감각적 기능 규명
내 몸 안의 GPS ‘장소 세포(place cell)’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
뇌의 ‘해마(hippocampus)’는 사람이 경험한 사건을 기억하는데 필수적인 뇌 영역으로, 해마에 있는 세포는 우리가 있는 특정위치를 암호화해 장소 세포라고 불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연구소 세바스쳔 로열(Sebastien Royer) 박사가 최준식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공간과 사건ㆍ상황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장소 세포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장소 세포는 장소를 인지하고 자기좌표를 파악해 길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신경세포로 인간이 특정한 위치에 있는 경우만 발화하기 때문에 공간 좌표를 부호화한다고 알려졌다.
해마의 장소 세포에 관한 연구는 지난 2014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행동인지신경과학 분야의 첨단 주제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이 모든 장소 세포가 같은 방식으로 공간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한다는 학설에 반하는 연구 결과를 찾았다.
연구진은 장소 세포가 공간적 정보와 비공간적(감각적) 정보를 집적하는 두 종류로 분명히 구분되며, 이들이 해마상의 해부학적 구조를 따라 상ㆍ하층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것을 확인했다.
우선 실험용 쥐가 거친 바닥, 부드러운 바닥, 튀어나온 돌기 등 다양한 촉각 단서가 부착된 트레드밀을 걷게 해 뇌 신경활동을 기록했다.
실험용 쥐의 해마에는 정교한 반도체 기판으로 이루어진 미세전극(실리콘 프로브)을 삽입됐고, 수십∼수백 개에 이르는 장소 세포의 활동을 기록했다.
기록된 장소 세포들은 트레드밀 상에서의 위치를 부호화하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은 기존의 장소 세포 이론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트레드밀 상의 특정 위치에서 발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두 번째 그룹은 트레드밀 상의 위치와는 상관없이 어느 특정 촉각 단서에 의존적으로 발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즉, 튀어나온 돌기 형상의 촉각 단서를 중심으로 발화하는 두 번째 그룹의 장소 세포는 그 촉각 단서를 제거하자마자 발화가 사라졌으며, 트레드밀의 다른 위치에 똑같은 촉각 단서를 부착하기만 하면 즉시 유사한 발화 양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두 종류의 장소 세포들이 해마의 같은 영역에서 서로 다른 층(layers)을 따라 배열된 것을 발견한 것이다.
KIST 세바스쳔 로열 박사는 “이 연구는 기억상실증이나 치매와 같은 기억 관련 질환들에서 망가진 신경회로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을 발견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새로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20일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 (좌) 해마의 신경회로, (우) 2가지 종류의 해마 장소세포들이 발화하는 양상. |
▲ 세바스쳔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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