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위태로운 우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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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위태로운 우리의 자화상

  • 승인 2017-02-20 10:09
  • 신문게재 2017-02-21 23면
  •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해와 달이 바뀌어도 시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껏 위축된 경제회복을 위해 대한민국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묘수를 찾아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온통 싸움박질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고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3D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널리 활용되면 전통적인 제조업에 의존하던 국가는 몰락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은 쇠퇴한다. 그리고 지금 모두가 선호하는 의사, 약사, 판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은 물론, 현재 직업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화학산업의 미래전략을 앞장서 준비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의 주도 하에 장치산업으로 성장해온 산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핵심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산업 고도화로 현재 먹거리를 건강하게 만들며, 선진국에 비해 열세인 신소재, 정밀화학, 바이오화학, 탄소자원화, 신종질병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 미래 먹거리에서 고유의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젠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을 좌우한다. 과학기술이 경제, 사회, 안보, 국방은 물론 문화, 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 발전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과학기술 중심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정신없이 바쁜 삶 속에서도 종종 크고 화려한 순간에만 집중한다. '더 크게, 더 빨리, 더 멀리'를 외치지만 정작 인생에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조용하고 사소하다. 경적을 마구 울리며 재촉하기 전에 평정심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정말 중요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삶이란 지나고 보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한순간일 뿐이다. 인생에는 일시정지도 없고 되감기도 없다. 바쁜 일상에서 '정말 가치 있는 인생은 무엇일까'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본다.

최근 가까운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현재 우리의 자화상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벌어놓은 재산을 그저 쌓아만 두다가 재산 싸움으로 자식들만 갈라서게 만드는 멍청한 부모가 아닌지. 많은 것을 곁에 두고도 옳은 일에 다 써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미련한 삶은 아닌지. 미래의 노후대책 걱정 때문에 정작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있는 오늘은 아닌지. 늘 행복을 곁에 두고도 다른 곳을 찾아 헤매다 심신이 지쳐버린 눈 뜬 장님은 아닌지. 나누면 반드시 행복이 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알고도 나눔 실천을 못하는 바보 같은 주인공은 아닌지. 민낯으로 거울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우리 앞에 숨 가쁘게 다가서는 4차 산업혁명은 소비자 세계지도를 바꿀 수도 있다. 공유경제, 미래교육, 미래유망직업 등이 전 세계 소비시장과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버리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적 가치와 인생을 깊이 성찰해 본다.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곁의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결국 서로 파멸의 길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연과 지구환경 파괴의 길을 버젓이 걷는다면. 시간을 내 떠나면 그만인 것을 앉아서 온갖 계산에 머리 아파하며 모처럼 찾아온 여행 기회를 끝내 놓친다면. 끝없이 으르렁 거리며 자기만 잘났다고 뻐기며 이기적으로 살아간다면. 이 어찌 처량한 인생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매일 반복되는 뉴스에 매우 피곤하다. 대다수 국민은 깨끗한 대통령, 도덕적이고 정직한 대통령을 원한다. 하루빨리 나라가 정상화되어 공정한 사회를 확립하고 사회에 널리 만연되어 있는 양극화가 해소되기를 갈망한다. 정치는 정치일 뿐이고 삶은 오롯이 나의 소중한 전부다. 오늘만큼 중요한 날은 없다. 오늘처럼 소중한 시간도 없다. 어제의 미련을 버리고 오늘을 더 사랑해야겠다. 오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직 시리기만 한 봄 속 겨울이지만 마음은 이미 봄을 닮아가고 있다. 찬바람이 꾸깃꾸깃 얼굴을 스쳐가도 이미 마음의 봄은 저만치 도착해있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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