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옥 전 국회의원 |
새해 아침, 101호 부부는 마을 중심의 노인복지관에서에서 운동을 하고 건강을 체크한다. 운동이 끝나면 근처 마트에서 건강용품을 구입한다. 마트의 1층 메인 코너는 실버상품이다. 쇼핑을 끝내고 문화센터로 간 101호 부부는 201호 부부를 만난다. 아들이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월급의 반이 세금이다 보니 독립해서 살아가기도 어렵고 결혼할 생각도 안한다는 201호 노부부의 푸념과 젊은 시절 경제적 문제로 출산을 포기한 101호 노부부의 아쉬움이 오간다.
401호 셰어하우스의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고용 사이트를 뒤적이지만 장기불황과 소비침체로 일자리 얻기가 만만치 않다. 301호 부부는 요즘 이민을 가야하나 고민 중이다. 점점 줄어드는 아이들로 인해 마을에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딸이 다니고 있는 학교도 곧 폐교가 될지 모른다는데, 학교를 찾아 이사 다니는 것도 벌써 몇 번째인가. 게다가 월급의 반이 세금이니, 아무리 맞벌이를 해도 가계는 팍팍하다. 네 가구가 사는 아파트 한 동에 노인 네 명, 청장년 여덟 명, 그리고 아이는 하나. 과연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다.
아이의 웃음소리와 청년의 활력이 사라진 마을. 이 우울한 시나리오는 먼 이야기가 아닌 통계청이 예상하는 오는 2065년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약 50년 후, 우리에게 닥칠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한마디로 초고령사회. 통계청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49년 후 아홉 명중 한명은 85세 이상 노인이며, 아이 하나 당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4.5명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763만명이었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 2031년 인구절벽에 들어선 후 2065년 2062만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가 절반 수준이며 나머지 절반이 이들이 부양해야 할 부양인구인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하고 노동력과 소비가 커지면서 경제 성장률이 상승하던 인구 보너스시대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우리 경제를 이끌던 1980~1990년대, 우리 경제는 크게 성장했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의 덫에 걸린 지금, 한국 경제의 인구보너스 시대는 끝나가고 이제 그 반대 개념인 '인구 오너스(Onus)'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을 인구감소에서 찾는다. 연령별 인구 분포를 나타내는 인구피라미드는 현재 주요 생산가능인구인 30~50대가 두터운 항아리 형이지만 점점 고령층이 두터운 역삼각형구조로 변화할 것이다. 그동안 경제활동을 주도하던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유입되지만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에 포함되는 인구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 증가시기에는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유소년과 고령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그 반대다. 돈을 버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노동력이 줄어들고 부양비용 등 복지비용등으로 세금이 늘어나면 소비가 축소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 활력이 떨어진 경제, 그 짐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 그것도 바로 미래세대인 청년 인구의 몫이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보다 20년 앞선 1990년대 초, 일본의 생산 가능인구는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시작된 인구 오너스 시대, 일본 경제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시대의 시작점에 서 있다. 출산과 보육 지원에 집중되었던 정책을 되돌아보고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검토, 연계해야 한다. 인구절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윤옥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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