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막은 세상, 붓으로 지르는 비명

  • 문화
  • 문화 일반

귀를 막은 세상, 붓으로 지르는 비명

홍성담 작가 '곡(哭)에서 끌어올린 곡(曲)' 내달 1~31일 미룸갤러리

  • 승인 2017-02-16 11:09
  • 신문게재 2017-02-17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 비명
▲ 비명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그림 때문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민중화가 홍성담 작가가 오는 3월 1일부터 31일까지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미룸갤러리에서 '곡(哭)에서 끌어올린 곡(曲)'을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일본제국주의(위안부 문제), 박정희 유신독재(민주주의), 광주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을 그림을 통해 함께 어루만지고 보듬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2년 작업해 2013년 『바리』(삶이보이는창)라는 꿈 그림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고 서울에서 전시회를 가졌던 작품 중에서 47점을 선보인다.

작품은 모두 종이에 먹과 수채로 그린 작은 작품들이지만, 작가가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대작 못지 않다.

한 달 전시 중 16일간은 스물 다섯 점, 나머지 15일간은 스물 두 점을 나누어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 공간이 네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거실에 걸리는 작품은 바리데기 설화의 바리 공주 위주로 전시한다. 큰 방은 위안부 이야기를, 작은방 1은 군부독재 이야기, 작은 방 2는 비틀어진 국가권력 이야기가 자리를 잡는다.

홍 작가의 작품(바리데기 설화의 뿌리를 둔)에는 상처받은 혼들이 살고 있다.

그 혼들은 스스로 상처를 해결할 수 없어 그림 무당이 대신 나서서 세상을 향해 국가를 향해 가해자들에게 '여기 상처받은 혼들'이 있다고 곡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지가 갈기갈기 찢긴 채 푸줏간에 걸린 고기처럼 내걸려 있거나 열대의 어느 섬에 끌려간 위안부를 탐하려 길게 줄 지어선 일본군 병사의 모습(작품 '비명·사진')이 끔찍했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청와대 뒷산에는 다섯 대의 감시카메라가 줄지어 서 있고, 땅 속까지 속속들이 국민의 사생활을 감시하며 발가벗기는 모습(작품 '흙')은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을 풍자한다.

이런 일들이 인간세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 일어났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마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담아내고 있다. 시대가 세상이 국가가 만들어놓은 곡(哭)을 개인의 한(恨)으로 남기지 않으려고 피하지 못한 운명처럼 환쟁이의 길을 걷고 있는 홍성담 작가의 굿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박수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