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시대] 그 해 겨울은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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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시대] 그 해 겨울은 참 따뜻했다

  • 승인 2017-02-15 11:13
  • 신문게재 2017-02-16 22면
  • 김영기 대전봉사체험교실 자문위원장김영기 대전봉사체험교실 자문위원장
▲ 김영기 대전봉사체험교실 자문위원장
▲ 김영기 대전봉사체험교실 자문위원장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불과 세 행으로 된 안도현 시인의 짧은 시인데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한다.

작은 선행과 봉사가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절망 가운데 허덕이는 사람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가 되어 그들의 인생을 재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대전봉사체험교실이 하고 있는 연탄 봉사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이제 별것이 되어버렸다. 1년에 한 번 겨울 행사로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열두 달 52주 한 주도 거르지 않고 10여년 세월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겨울이나 여름에도 쉬지 않고 한다. 이제는 대전봉사체험교실의 봉사 브랜드가 되었다.

연탄 릴레이 봉사는 봉사자의 손에서 손으로 사랑의 온기가 수혜자의 마음에까지 릴레이로 이어지는 매력있는 봉사다.

봉사자가 어른은 1만원, 청소년은 1천원을 본인이 스스로 부담하여 그 돈으로 연탄을 사서 내손으로 전하는 의미있는 봉사다.

단돈 천원도 되지 않는 연탄이지만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 없이 타버린 재까지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연탄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연탄이 좋아 나는 연탄 봉사를 200회도 넘게 하고 있다.

슬픔은 나누고, 기쁨은 더하고, 사랑은 곱하는 것이라고 한다.

산을 오를 때는 제일 앞서가기보다는 뒤에 처진 이와 동행할 줄 아는 아름다운 마음이 조금 늦게 산을 오른다 해도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대전봉사체험교실이다.

가파른 언덕 비좁은 골목을 끼고 있는 달동네에 시각장애인 부부가 살고 있다.

골목들이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고 얼마나 어두운지 해만 지면 그 미로에선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그 한 모퉁이,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집 앞에 언제나 환한 외등이 켜져 있다. 그 집엔 앞을 못 보는 부부가 살고 있다.

마음에 불을 켜고 서로의 눈이 돼 주는 아내, 그리고 남편. 그들에게 불빛은 있으나마나 한 존재지만 매일 저녁 해가 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외등을 켜는 것이다. 방안에서 쉬고 있다가도 아내는 남편에게 한 가지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당신, 외등 켰죠?”, “그럼, 그걸 잊을 리가 있나.”

볼 수도 없는 등을 켜는 일. 그것은 혹 이웃들이 어두운 골목에서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시각장애인 부부의 배려다.

가파른 달동네에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린 새벽, 언덕 꼭대기에 사는 손수레 아저씨가 연탄재를 가득 싣고 그 집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문 앞에서 큰길까지 연탄재를 뿌렸다. 앞 못 보는 부부가 눈길에 미끄러지면 어쩌나 염려가 돼서다. 손수레 아저씨가 큰길까지 미끄럽지 않게 뿌린 그 연탄재는 대전 봉사체험교실 회원들이 겨울이 오기 전 사랑의 연탄릴레이 봉사로 전해준 연탄일지도 모른다.

이른 새벽, 문밖에서 싸락싸락 들리던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길이 왜 미끄럽지 않은지 부부는 알고 있다.

시각장애인 부부에게도, 손수레 아저씨에게도 골목 안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도 그 해 겨울은 참 따뜻했다. 이런 세상이 바로 대전봉사체험교실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세상이다.

김영기 대전봉사체험교실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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