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그렇지, 간간이 특실을 이용하는 필자가 느끼기에도 같은 업무라도 수행하는 승무원들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는 휭하니 스쳐 지나가고, 누구는 지금처럼 좌석마다 머무르는 등 저마다의 스타일로 하니 말이다. 특히 승객이 앉아있는 좌석의 뒤쪽편에서부터 와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경우에는 한참 멀어진 후에야 서비스를 놓쳤다는 것을 깨닫게도 한다. 물티슈가 필요해서 기다리다가 잠깐 책이나 스마트폰에 눈을 돌린 사이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승무원의 뒷모습만 보게될 때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서비스를 놓친 아쉬움은 물론이고, 이런 식으로 하는 서비스는 형식적으로 있는 것일 뿐 실제가 없는 것 아닌가 싶어서 투덜거리곤 했다.
그런데 이날처럼 자기 일에 정성을 다하는 승무원의 모습을 대하노라니 나 역시 그녀가 건네주는 물티슈를 고마운 마음으로 공손히 받게 되었다. 그렇지, 사람을 대하는 업무는 모름지기 정성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때로 뉴스거리가 되는 진상 손님들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받으면 받는 만큼 반응할 것이다. 작은 것이 없이는 큰 것도 없다는 옛 가르침도 있듯이 자기 업무의 기본을 충실히 하는 작은 모습이 무엇에도 비길 데 없이 큰 모습으로 마음을 파고 들었다.
수많은 직업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이 시대 무슨 일을 하느냐 보다는 무슨 일이든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생의 작은 경험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 경력이라면 지금 여기서 겪는 경험이, 그 경험의 질이 자신의 미래 삶을 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살면서 부딪히는 어떠한 경험도 아무렇게나 흘려버리지 않는 게 정답이다.
필자는 대학 시절 열성 경련을 앓았던 학생의 공부를 도와주는 아르바이트를 2년여 했었다. 금전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넉넉한 대접을 받으며 하는 아르바이트였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교과 내용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때문에 늘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끝까지 해보겠다는 학생의 열의를 모른 척 할 수 없었던 나는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매번 애를 썼다. 그런데 그 경험이 필자가 교수가 되었을 때 같은 내용이라도 조금 더 쉽게 설명하는 강의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이 어디로 가지 않고 긴 시간 오롯이 내 안에 쌓여 나를 이뤘던 것이다.
졸업의 달 2월, 4년의 간호학 공부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는 제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병원에 취업을 한다.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모습을 바꾸어 일하겠지만 일차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병원 실무를 기본적으로 가지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환자 곁에 머물며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어떤 요구를 가졌는지 꼼꼼히 살피며 머무는 간호사가 될까? 아니면 기계적으로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형식적으로 안위를 물으며 스쳐 지나가는 간호사가 될까? 과연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며 큰 공명으로 이어질 그 작은 머무름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쳤을까?
머무르는 사람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사람이 되어보자.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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