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예쁘고 경제력도 있어 물질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40대 가정주부인 K씨가 상담센터를 찾아왔다. 의자에 앉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도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라는 말을 반복했다. 한참을 울고 난 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조건이 부족함이 없는 사람으로 주변에 친구들은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그녀의 하루 일과는 미용실가서 머리하고, 쇼핑하고, 커피숍에서 친구 만나서 수다 떨다가 집에 가는 것이다.
K씨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친척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면서 사춘기를 보냈다고 했다. 친척들은 K씨를 불편함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했으며 외식을 해도 자신만 쏙 빼놓고 갔다. 그런 성장기를 거친 그녀의 삶의 목표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고 예쁜 외모 덕분에 결국 자신이 원하는 남성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너무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못한다. K씨는 ‘저도 사랑하고 싶어요. 돈은 맘대로 써도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아요’라고 허전한 심정을 토로한다. 가슴이 텅 비어있으니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물질적인 것만으로 자신을 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이며 정신분석가 프로이트에 의하면 정신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내면이 40대에 우울증, 외도, 일중독, 알코올 중독, 약물중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했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물음이다. 자신을 잘 알고 삶을 살아가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얼마만큼 자신에 대해 알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는 있다.
‘나는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나,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철학적으로 접근하다보면 우주의 섭리를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태아에서 신생아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란 인간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걸까. 태교는 산모의 뇌신경 세포를 자극하여 태내에 있는 태아의 잠재능력과 두뇌 발달, 인격 형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태아와 모체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산모의 심리상태도 고스란히 태아에게 전달이 된다. ‘뱃속에서의 열 달 가르침은 스승의 십 년 교육보다 낫다’ 는 말이 있다.
태어나서 1년까지의 자라온 시기도 상당히 중요하게 보면서 ‘나’의 존재감은 시작된다. 태교, 그리고 영. 유아기는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데 기본이 되는 토대가 된다. 자기 분석을 하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지만 자신을 알고 나면 삶의 패턴이 달라진다. 나를 알고 이해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물으면 생각하게 된다. 자꾸 묻다보면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된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어떨까? 평생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에게 자꾸 물어보고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인문학이다.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스스로를 찾아가는 것이 자기성찰의 과정이며 자기 분석의 시작이다. 이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찾아가며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김종진 심리상담사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와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이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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