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송구영신하는 마음으로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하곤 한다. 못 다한 일은 정리하고, 때론 맘껏 휴식에 취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같이 공연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많은 식구들이 한해 먹고살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여 목표한 수준만큼 공모사업에 선정되지 못한다면 무용단의 살림을 어찌 꾸릴지 상상하기도 싫어진다. 그래서 공모사업이 언제 뜰지, 언제까지 무슨 내용으로 응모해야 할지 연말연시는 말 그대로 정신없이 바쁘다. 그러는 나에게 새해니 설날이니 다 사치스럽게 다가온다.
사실 나는 2013년 고향인 세종시로 내려왔다. 이제 막 행정중심도시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세종시에 내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하고 싶어서였다. 세종시는 어떤가? 이름도 그 찬란한 우리 민족의 영원한 성군 세종대왕님의 묘호를 따 명명지은 세종시 아닌가? 우리가 익히 알듯이 세종대왕은 어질고 재능이 많았던 분으로 33년의 재위기간 한글창제를 비롯하여, 과학, 의료, 학술, 교육, 예술,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나라의 기틀을 다져 태평성대를 이룩했다. 그 분의 치적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하는 염원이었을까? “세상의 으뜸”이라는 의미를 담아 세종시로 이름 지었으니 그 앞날이 사뭇 기대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고, 내가 세종에서 뿌리를 내리려 했던 것도 세종시의 빛나는 앞날을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세종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주택,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 꾸준히 확충되었고, 앞으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몰(National Mall) 지역과 같이 박물관, 미술관, 문화관 등을 집적시켜 “세종”을 명명한 도시에 걸맞게 최상의 문화 기반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목표대로 된다면 명실상부한 세상의 으뜸 세종시가 될 것이다.
그런데 도시의 인프라가 하드웨어라면 문화예술은 소프트웨어다. 한 도시의 균형발전은 외형은 물론 내면이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 그 내면은 문화예술이다. 인프라가 확충될수록 문화예술의 기반도 덩달아 커져야한다. 그래서인지 세종시의 시정목표중 하나가 전국 10대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아쉽다. 도시는 외형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하는데, 세종시와 함께 성장하려는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창작하며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은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세종의 위민정신을 이어받은 세종시에서 문화예술이 발전하여 세종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삶을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의 으뜸가는 최고의 문화예술도시로 발전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 위해서는 세종시의 문화예술도시를 향한 관심과 문화예술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화된 지원은 세종시의 문화예술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해지면 그 발전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 본다. 얼마 전 세종시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여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전보다 나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내년엔 생계형 공모에 벗어나 예술인들이 진짜 창작과 예술공연에 전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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