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학교폭력의 매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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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학교폭력의 매운 맛

  • 승인 2017-02-06 11:21
  • 신문게재 2017-02-07 22면
  • 김명진 대전문정초 교사김명진 대전문정초 교사
▲ 김명진 대전문정초 교사
▲ 김명진 대전문정초 교사
몇 년 전 3년 동안 6학년 담임을 맡으며 학생들과 한 층 더 소통하겠다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였다. 그동안 고학년 생활지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터라 차분하고 순수해 보이는 학생들을 보면서 ‘올 한해는 큰 사고 없이 잘 지낼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급격한 신체적인 성장과 정신적 성숙의 차이에서 오는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들을 어떻게 지도할지 내심 걱정도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후드 티셔츠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다니는 여학생, 마치 큰 곰이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외로워 보였다. 우리 반 학생은 아니지만 왠지 마음이 가고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동안 학교폭력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터라 그 아이의 깊고 슬픈 상처가 본능적으로 느껴져 다가가 어루만져 주고 푹 눌러쓴 모자를 벗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할 뿐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얼마 뒤 동료교사와 대화 중 학교폭력과 관련한 사건들을 듣게 되었다.
“우리 학교 여학생 짱이 선생님 반에 있어요.”
“설마요. 우리 반 아이들 모두 너무 착하고 예뻐요.”
“000를 잘 다루셔야 할 거에요.”

강렬하면서도 무심한 눈빛의 우리 반 여학생, 평소 말이 없고 특별히 드러나는 문제 행동을 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라 심각성이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그 여학생의 학교폭력은 사실로 드러났고 후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경험으로 인하여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학교폭력을 묵인하고 도움을 주거나 주변에 알리지 않은 방관학생들이 대다수라는 현실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학교폭력 실타래의 헝클어진 실마리를 찾아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12월 대구,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짧은 생을 마친 가슴 아픈 사건이 떠올랐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전 사회적으로 일깨우고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우리 반 여학생을 포함한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아이들의 괴롭힘의 양상이 대구 중학생 사건과 흡사하여 초등학생들이 장난으로 치부하는 학교폭력의 폭력성과 심각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간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 잡고 가해학생들이 한 잘못된 행동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고통을 주는 지를 공감하는 진정한 반성이 필요했다. 가해학생은 진심어린 사과로 자신의 잘못을 빌었고 아이들은 미안하다고 엉엉 울고 괜찮다며 울며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갔다. 피해학생 상담과 함께 학부모 상담도 실시하여 함께 노력하는 조력자로서의 가정 연계지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그 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후드 모자를 항상 뒤집어쓰고 있던 아이가 모자를 벗고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정말 가슴 한 켠이 후련하면서도 따뜻해졌던 일이었다.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에 치명적인 트라우마와 영혼의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오랜 기간 많은 학교폭력 사안을 해결하면서 체험했다. 학교폭력은 더 이상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사건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예방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소중한 우리 학생들이 소통과 공감, 나눔과 배려의 실천으로 학교폭력 없는 함박웃음을 활짝 웃는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기를 앞으로도 늘 기원한다.

김명진 대전문정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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