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장·前 청와대 대통령 전담통역관 |
미국과 세계의 주요 언론들의 예상이 대부분 빗나가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하기야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영국의 EU 연합 탈퇴, '브렉시트(Brexit)가 그랬고,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도 대부분 예상치 못했던 결과들이었다.
지금은 급격한 변화에 놀랄 때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그런 변화에 우리 역시 얼마나 속도를 맞추어 함께 변화할 수 있느냐가 생존의 관건(關鍵)이다. 더 가속을 해서 정진할 수 없다면, 최소한 시대적인 평균 속도에 맞출 정도는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이 생존의 마지노선이다.
트럼프의 시대가 개막되면서 영국과 러시아는 웃고, 중국과 한반도와 일본은 애써 웃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것이 국제정치의 메커니즘(mechanism)이다. 주요 강대국이나 핵보유국의 미세한 행동에도 국제정세는 빙하와 해빙이 시시각각 반복된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긴장감은 갈수록 심각하고 다채로울 것이다. 과거 미국과 구소련과 같은 새로운 신냉전체제의 서막이 트럼프의 당선과 취임으로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일단 트럼프 정부의 수혜국으로 예상되는 일본과 러시아는 그렇다 치자. 영국도 우리와는 그리 밀접한 관계는 아니니 그렇다고 치자. 그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완충국(Buffer State)인 한반도는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자 한반도로서는 최고의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의 정책기조는 신고립주의,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다. 게다가 오랜 세월 지속된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한반도에 두 배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반도는 현재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최대 수출국은 여전히 미국인데, 트럼프 그가 강력히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의하면, 한반도의 수출 길에 어마어마한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미국 수출제품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관세를 적용시킨다고 한다. 그럼 어떤 미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구매하려 하겠는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민주당의 힐러리가 당선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필자가 과거 노무현·이명박 두 대통령의 전담통역관 시절, 회담에서 몇 차례 만나 본 힐러리에 대한 그 느낌과 안정감은 잊을 수가 없다.
요즘 말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뭔지 모를 자신감과 명료하고 분명한 의사전달 능력 및 합리적 사고가 상대로 하여금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한 인물이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전형적인 정치가문의 정치 엘리트라는 이미지는 강했지만, 퍼스트레이디와 국무장관 및 상원의원 등 오랜 국정경험을 가진 그녀가 우리 한반도에는 훨씬 더 유리한 인물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역시 지난 미 대선 과정에서도 그녀의 정책은 한반도로서는 트럼프에 비해 우리에게는 모든 면에서 더 유리한 조건들이었다. 대한민국의 사태는 정말 하루빨리 정리되고, 조기 대선 역시 하루라도 빨리 치러지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국내정치 자체가 더는 공황상태에 머물러 있을 겨를이 없다. 국제적 변화를 감안하면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은 일시적 퇴보가 아니라 수십년을 퇴보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금융 등. 국가의 동력인 모든 분야가 이대로 가다가는 도태와 퇴보를 넘어 극단적인 경우 과거 IMF사태 이상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진과 퇴보를 결정할 가장 진지하고 심각하며 중요한 시기임은 틀림없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장·前 청와대 대통령 전담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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