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애국자 코스프레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애국자 코스프레

  • 승인 2017-02-03 00:03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다윗의 아들 솔로몬은 예루살렘의 왕으로 누릴 권력을 다 누렸고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게 살았지만 늘그막에 “헛되고 헛되도다. 세상만사 헛되다(전도서1;1)”고 탄식했다. 세계 최고의 전략가였던 손자도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 “전쟁에서 수없이 이겼지만 나는 평생 헛지랄만 하고 살았다”며 자탄했다. 돌고 도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산 것에 대한 진정한 참회이다.

“사람이 하늘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으랴!(전1:2)” “어차피 지혜가 많으면 괴로운 일도 많고, 아는 것이 많으면 걱정도 많아진다.(전1:18)”며 탐욕으로 인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솔로몬은 세상의 모든 일이 바람 잡는 것 같은 일이라고 인생의 덧없음을 강조했다.

인간은 권력 확장을 위해 수없이 전쟁을 일으켰고,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온갖 잔혹행위를 일삼았다. 둘러보면 지금도 모두가 탐욕에 눈이 멀어 있다. 아무리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보면 끔찍할 만큼 사악하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일수록 더 뻔뻔하게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부와 권력찬탈에 안간힘을 쓴다. 최순실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의 억지는 듣는 것만으로도 치솟는 분을 다스리기가 버겁다.

법이란 최소한의 상식이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는 법조인으로써의 품격을 무참히 떨어뜨렸다. 뇌물공여자가 아니라 강요행위의 피해자라는 주장에 엮여 결국 이재용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넘어간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의 구속과 연관해 생각하면 정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 그는 배출가스조작사건에 개입한 전 폭스바겐 박동훈 사장,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피의자 존 리, 롯데 신동빈 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전력도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명확한 표상이다.

태극기 집회 등, 인두겁을 쓰고선 차마 할 수 없는 애국자 코스프레도 횡행하고 있다. 지난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행한 박근혜의 인터넷방송 인터뷰는 참담함, 그 이상이다. 망해가고 있는 나라는 안중에도 없고 제 살기에 급급한, 감히 대통령으론 상상해서도 안 되는 말들을 쏟아냈다.

천만 촛불과 퇴진을 외친 국민들을 거짓말쟁이로 규정하며 모든 게 조작됐고 그래서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개탄스럽다.” “저질스러운 거짓말” “이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얘기들”이라고 비아냥거릴 측은 국민인데 박근혜는 오히려 국민이 잘못한 양 국민을 짓밟았다. 정호성, 안종범, 김종 등도 박근혜가 진정한 배후임을 실토하는 상황에서 이 모든 사태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배후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말 개정의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시키는 언행이다. “블랙리스트 작성, 지원을 축소한 것 역시 몰랐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구속을 두고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두고도 여전히 “몰랐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내가 저런 후안무치한 궤변이나 듣자고 기다리고 있었나 생각하니 촛불집회에 더 적극적이지 못한 것에 깊은 자괴감이 들었다. 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결국 탄핵 당한다는 위기감에 탄핵반대를 부추겨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특검의 구속을 피하기 위해 탄핵심판을 늦추려는 꼼수일지도 모른다.

진정 대한민국의 격을 부끄러울 만큼 추락시킨 사람이 누구인가?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해 제멋대로 휘두르고,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케 한 사람이 어떻게 이리도 무책임할 수 있는가? 석고대죄 하는 심정으로 사죄하고 대통령직을 바로 내려놓았다면 명예가 이렇게까지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무정지 중인 사람이 자기에게 우호적인 보수매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부당한 일이지만 회견 내내 탄핵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채 억울함만 호소한 것은 대통령의 처신으로 보기엔 너무 치졸했다. 새누리당 뿐만이 아니라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당황스런 분위가 역력하다. 오죽하면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가 “자기방어권 행사라고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라고 꼬집었겠는가?

이 모두 국민의 어리석음 탓이다. 박정희 향수에 빠져 능력도 없고 소통할 줄도 모르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의 죄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박정희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부유하게 했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는 자주적 근대화를 부정하는,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지근대화론의 연장이다. 국민의 피땀으로 이루어낸 것이며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기개와 근면성의 표상이다. 뼛속까지 친일파인 박정희가 남긴 것은 반공을 무기로 삼아 이룬 친일파의 득세와 횡포뿐이었다.

국민의 끝없는 자성이 필요하며 적극적인 항쟁이나 손가락 혁명이 필요하다. 분열을 조장하는 친일파들을 하루빨리 척결하고, 이념에 빠져 민족을 등한시하는 적폐를 걷어낼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 한민족이 똘똘 뭉쳐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민족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이완순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5.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