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하 반풍, 지지율 약보합세
문재인과 격차 더 벌어져..정치권 반응도 냉담
“정치 제대로 준비 못한 채 대선 뛰어든 결과”
1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당사를 찾아 정치개혁 협조를 요청하는 등 대권 행보를 이어갔다.
전날엔 개헌에 동의하는 정당과 정파 대표들이 참여하는 ‘개헌추진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 모색에 나서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차기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10년간의 유엔사무총장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12일 귀국해 대권 행보에 나선지 불과 21일만이다.
국회 정론관 단상에 선 반 전 총장은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불출마 결정 배경에 대해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고,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와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로 명분이 실종돼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10년 동안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은 자신의 정치력 부재를 실감한 결과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권 후보 지지율 1, 2위를 다툴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정치권도 반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충청대망론 바람까지 불면서 반 전 총장은 ‘반기문 대망론‘을 등에 업고 귀국했다.
귀국 일성으로 ‘국민 대통합’과 ‘정치 교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선 링에 올랐지만 기대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민심을 살피겠다”며 나선 민생 행보는 가는 곳마다 논란에 휘말리면서 역효과만 불렀고, 정치적 색채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정체성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표현하는 모호한 입장은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말았다.
그 결과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귀국 후 급락을 거듭, 10% 초반대의 답보상태에 빠졌고,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던 정치권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친박·친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자신을 중심으로 모이는 ‘빅텐트론’으로 대선판을 짤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권은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라”며 반 전 총장과 거리를 뒀고, 야권은 ‘보수와 먼저 단절하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연대의 문을 닫았다.
세(勢) 확장을 위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합류가 늦어지는 동안 보수 진영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망론 실현 조건인 중도 세력으로의 확장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갔다.
정치권은 큰 틀에서의 대권 전략과 정치 철학의 부재가 반 전 총장의 대권 도전 실패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준비 없이 정치판에 뛰어든 결과”라는 얘기다.
한편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 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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