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한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전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지난 31일 철도노조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상대로 낸 보수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성과연봉제 효력을 중지시켰다.
지난해 공공·금융기관 노조들이 잇따라 성과연봉제 관련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다른 기관들의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판부는 일방적인 성과연봉제로의 변경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부 근로자들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하는 등 임금체계 자체에 본질적인 변경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저성과자로 평가된 근로자들의 경우 개정 전 취업규칙에 의할 때보다 임금액이나 임금 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사간의 단체교섭 대상임도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철도공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에 관해 노조의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면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에 대해서는 변경 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업규칙의 적용시점이 늦춰지는 동안 노조와 철도공사는 취업규칙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성실히 협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며 “노조에게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철도공사측 의견에 대해서는 “가처분이 인용되면, 종전 취업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결과가 되므로 철도공사로서는 이 사건 취업규칙의 적용시점을 일시적으로 늦추게 될 뿐”이라며 “특별히 이로 인한 불이익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같은 재판부는 철도노조 외에도 민주노총 산하 철도시설공단노조, 원자력안전기술원노조, 가스기술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수자원공사노조 등 4개 노조가 낸 가처분신청도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철도공사 등 공기업 30곳과 준정부기관 90곳을 포함한 총 120여개 공공·금융기관들은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라 지난해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보수규정을 개정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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