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 이벤트나 행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시청으로 모여든 이유는 다름 아닌 ‘포켓몬고’ 때문이다.
지난 24일 출시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대전시청 주변을 명소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기자가 찾은 대전시청 주변은 휴대폰을 손에 들고 포켓몬 사냥을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대전시청 앞 ‘한밭종각’일대가 포켓몬고의 성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게임을 하러 나온 시민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 설날 당일 오후 대전시청 주변 30~40명의 시민들이 시청 주변에서 포켓몬 게임에 빠져있다. |
대전시청 일대가 포켓몬고 성지가 된 이유는 ‘포켓스탑’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켓스탑은 주로 대형 건물 앞에 있는 조각상에 지정되어 있는데 시청 주변은 ‘한밭종각’을 비롯해 대전사랑 시비 등 조형물과 조각상이 제법 설치되어 있다.
게임을 하러 나온 시민들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젊은층의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설 명절을 맞아 가족단위로 나온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월평동에서 왔다고 한 학생 김모군은 “지난 주 포켓몬고 게임을 다운 받아 즐기던 중 SNS로 시청주변에 ‘포켓스탑’이 많다는 정보를 보고 친구들과 오게 됐다”며 “집 주변에서 한 두 곳에 불과했던 ‘포켓스탑’이 시청에는 곳곳에 설정되어 있어 수십 개의 아이템을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20대 대학생 최모씨 역시 “포켓몬을 사냥하게 위해 시청을 찾았다”며 “이곳에는 포켓스탑 뿐 아니라 몬스터들도 많이 나타나 힘들지 않게 사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포켓몬고 게임 속의 대전시청 주변에 포켓스탑(포켓몬고 게임을 위한 아이템이 있는 위치)이 곳곳에 지정되어 있다. |
난대 없는 풍경에 놀란 것은 평소 시청을 주변을 즐겨 찾던 지역 주민들이다. 시청 주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시민 박모씨는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강아지를 데리고 시청 주변을 산책하는데 며칠 전부터 사람들이 시청 주변에 몰려들더니 오늘은 어제 보다 2배는 많아 졌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게임 때문에 나온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자 “도대체 무슨 게임이기에 이 난리냐”며 되묻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과 아이템이 쏟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의 스마트폰에도 ‘포켓몬고’를 설치하고 포켓몬 사냥에 나섰다. 게임을 실행한지 불과 10초 정도 지났을까 게임 화면에는 3~4마리의 몬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기사에 언급했던 대전 오류동 일대의 몬스터 출연 빈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한밭종각 주변 10분 정도 돌아다닌 결과 15마리의 몬스터들과 20가지의 포켓몬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 설 연휴 마지막날 오후 4시 대전시청 주변 풍경이다. 단 이틀만에 시청 주변이 게임을 하러 나온 수백명의 시민들로 가득하다. |
SNS에는 대전지역 포켓몬 명소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대전시청을 비롯해 카이스트, 뿌리공원 등 조형물이 많이 설치된 대전지역 공원들이 포켓몬고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포켓몬고의 이 같은 열풍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들도 우려된다. 기자가 취재했던 짧은 시간에도 스마트폰에 시선이 집중하며 건널목을 건너는 위태로운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포켓몬고 열풍이 불었던 외국에서는 게임을 하다 다치거나 사망에까지 이르는 사고가 보고되기도 했다.
사업상 시청을 자주 출입한다는 한 시민은 “평일에는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이용해야할 시청이 게임을 하러 온 시민들로 인해 불편을 겪지 않을까 우려 된다”며 “가급적 휴일에만 게임을 하러 나올 수 있도록 시민들의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2국 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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