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우(한국사립유치원연합회 교육홍보이사) |
그 선배는 묵묵히 그림만을 열심히 그리는 선배로 기억한다.
필자가 군복무 후 2학년으로 복학하게 되었는데 필자보다 1년 선배이긴 하지만 복학이 늦어져 2학년으로 같이 다니게 된 선배가 있었는데 조교선배처럼 말없이 그저 그림만 열심히 그리는 선배였다. 어쩌다 들어온 벽화 알바를 여러날 늦은 밤까지 같이 그리고 받은 알바비로 큰맘 먹고 돼지갈비에 소주 맛있게 먹었는데 빗물에 그림이 지워졌다고 의뢰인에게 항의가 와 돈을 다시 걷어 돌려줬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그 시절 미래는 막막했지만 그런 것 생각 안하고 무조건 화폭에 열정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1989년 조교였던 김동유 작가는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마릴린 먼로 vs 마오 각주>의 작품이 추정가의 25배인 3억2000만원에 낙찰돼 당시 생존 국내 작가로는 해외 경매 최고가를 기록, 단숨에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고, 국제 미술 사이트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1945년 이후 출생한 세계 현대미술 작가 중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작품거래가 된 작가 100명’가운데 한국작가로는 유일하게 55위에 선정되는 작가로 성장했다.
같은 교실에서 그림을 그렸던 1년 선배 우병출 작가의 개인전을 6년전 인사동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었다. 작품은 정말 좋은데 거래가 전혀 안된채 철수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작품 1점을 구입한 적이 있는데 1년 전 우연히 기사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2016년 11월 미국 마이애미 스코프아트페어에서는 출품한 그림이 모두 고액에 판매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지난 1월12일 서울 잠실에서 김동유 선배의 개인전이 시작되던 날 밤 김동유 작가, 우병출 작가와 필자와 셋이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옛일을 회상하며 회포를 풀었다. 취업도 못하고 별다른 수입이 없던 힘들고 배고팠던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대학 때 순수한 열정이 그대로 이어져서이지 않을까 확신한다.
요즘 정부가 대학을 평가할 때 그 대학의 취업률에 높은 점수를 주는데 여기에는 예술 대학도 포함된다.
엄밀히 말하면 김동유 선배와 우병출 선배는 세계적인 작가이지만 4대 보험이 적용된 사업장에 미취업했기 때문에 모교의 대학평가에 마이너스 점수를 제공한 졸업생이다. 대학평가 점수가 낮게 되면 후배들이 교육부로부터 지원을 덜 받게 되고 대학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슬 퍼런 군사정부 시절에도 낭만과 꿈이 있었는데 지금의 대학 현실은 너무나 서글프다.
정부의 대학평가방식에 변경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늘 취업만이 성공적인 삶의 시작인 것처럼 되어있는 사회적 인식도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예술인 여러분 파이팅하시길 바란다. 당신들에게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박종우(한국사립유치원연합회 교육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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