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기 제1집 앨범과 ‘아침이슬’을 부른 양희은의 앨범/사진=유튜브 |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최초로 폭로했던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특검에 나와 거침없는 발언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진룡 전 장관은 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했다”고 밝혔다. 또한 “블랙리스트는 정권·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블랙리스트 존재를 폭로한 이유에 대해선 “제 경험으로는 유신 이후 전두환 시대까지 블랙리스트 명단 관리가 있었다. 이후 민주화되며 없어졌는데 다시 부활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전으로 돌려놨다”며 “관련자를 처벌하고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 |
유 전 장관의 말처럼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슬퍼런 독재 권력이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그 가운데 대중문화계를 핍박한 재미있는 사건이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5공 신군부 시절에는 독재에 항거하는 노래를 ‘금지곡’으로 묶어놓기도 했다. 1970년 대 김민기의 ‘아침이슬’, 송창식의 ‘왜 불러’, 신중현의 ‘미인’ 등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노래였다. 당시 금지된 곡들은 공식적으로는 방송 부적합이라는 이유가 적용됐다. 그러나 그 면면을 보면 ‘이유같지 않은 이유’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가수 송창식의 대표곡인 ‘왜 불러’는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장발족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는데,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항의 상징으로 인식돼 ‘괘씸죄’에 걸려 금지됐으며, 신중현의 노래 ‘미인’은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가사를 대학가에서 대통령의 권력욕에 빗대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네’로 개사해 부른 것이 화근이 됐다. 지금 국민가수로 통하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왜색이라는 이유로 방송 금지시켰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 노래를 즐겼다고 한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가사가 불순하다’는 이유였는데, ‘긴 밤 지새우고’의 ‘긴 밤’이 유신을 나타내며,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의 ‘붉은 태양’은 ‘위대한 지도자이며 민족의 태양인 김일성’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었다.
40여년이 흘러도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새겨놓는 권력자들의 변하지 않는 권력욕이 씁쓸하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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