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부터 재산 문제까지…음주로 갈등 증폭
다툼 소지 많은 명절 문화 탈피해 국내ㆍ외 여행하는 새로운 명절문화가 대세
#1. 홍성군의 A(여·52)씨 가족은 며칠 뒤 다가올 명절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 거린다. 매년 설과 추석 명절, 집안 제삿날이면 사소한 문제로 온 가족이 다투곤 하기 때문이다.
차례(제사) 음식 준비를 둘러싼 고부갈등과 며느리들 간 눈치싸움, 형제들의 노부모 부양 문제와 은근한 재산다툼까지 사연도 많다. 과도한 음주는 불붙은 데 기름 붓는 격이다.
‘차라리 안 모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그래도 형제들’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악몽 같은 명절을 보내고 있다.
청양군에 거주하던 B(58)씨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제사상까지 엎는 형제간 싸움을 벌이고 홍성으로 이사, 8∼9년째 왕래를 하지 않는다.
#2. 대전에 사는 C(53)씨 가족은 명절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귀성과 오랜만에 볼 친척들 얼굴이 떠올라서가 아니다.
C씨는 몇 해 전부터 설과 추석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다.
“매일 모여 싸우느니 내 가족끼리 놀고 명절 전후로 부모님을 뵙고 오면 된다”는 C씨다. 처음엔 C씨를 나무라던 형제들도 이제는 제주도와 안면도 등 국내 위주의 여행을 즐기고 있다.
다만 C씨는 ‘부모님 돌아가시면 형제·친척들 볼 날이 있을까?’라는 자문을 던진다.
설과 추석 명절만 되면 112 가정폭력 신고가 평소보다 급증하고 있다.
23일 충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인 2월 6∼10일 5일간 112를 통한 가정폭력 신고는 모두 120건이 들어왔다. 같은 해 추석 9월 14∼16일 3일간은 103건이 접수됐다.
연휴가 길었던 설에는 하루 평균 24건, 짧았던 추석에는 34.3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있었던 것. 지난해(6964건·명절 포함) 1일 평균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19.1건이었다.
전국적으로는 설과 추석 연휴에만 1만 622건이 신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간대는 오후 8시부터 오전 2시 사이 44.3%가 집중됐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에 가족끼리 싸운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해 보면 제3자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사소한 문제들이 대부분”이라며 “저녁에 친척이 모이니 술을 마시고는 말 한마디 실수로 시작해 결국 서로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주고 만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만 받는 명절문화를 탈피하고자 여행객은 증가 추세다.
해외의 경우 지난해 설 명절 특별운영기간(6일) 인천공항 이용객은 95만 명에 달했다. 추석(6일)엔 97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19.6% 증가한 수치다.
이번 설에도 국내 양대 여행사는 아시아권 항공권 매진을 비롯해 예약율이 각 78%, 86%에 달하고 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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