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일행 미르초 교사 |
새해가 시작되기 전, 1박 2일로 대천으로 부장워크숍을 다녀왔다. 2017학년도 새롭게 구성된 부장들이 함께 새 학년을 준비하기 위한 자리였다. 새벽까지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결론은 혁신도, 전문적 학습공동체도, 업무와 수업도 아닌 사람과의 관계였다. 관리자와 교직원, 교사와 교사, 교무실과 행정실, 담임과 학생, 학교와 학부모가 형식적인 관계를 넘어서 평소 관계를 잘 맺어 놓는 것이 우선돼야 함을 배우게 됐다.
세종시 모든 학교마다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 세종교육 비전 확산을 고민을 많이 한다. '학생들을 위해야 한다. 비교육적이고 관행적인 업무는 없애자. 업무경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의 밑바탕에는 교사인 우리가 '편했으면…'하는 심리가 있지 않나! 나부터 자문과 반성을 해 본다. 3년 동안 업무팀에서 일을 많이 했다. 다른 이들이 볼 땐 일복이 터졌다고 위로하겠지만 내가 바쁨으로 담임선생님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었음을 믿었기에 나의 수고로움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올해 담임이 돼 공문 없이 오로지 학급운영에 전념할 수 있는 교직경력 20년 만의 첫해가 됨을 기대해 본다.
이런저런 학교 일로 종종 늦게 퇴근하면 피곤하다. 하지만, '힘들지?' 위로해 주시는 교장, 교감선생님, '교무부장은, 참 일도 잘하셔…!'라며 칭찬해 주시는 동료 선생님들이 계셔서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단련됐다고나 할까? 모두 잘하고 싶어 한다. 20년 가까운 교직 생활 동안 잘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미르초에서 근무하다 보니 '잘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의 전환이 생겼다. 잘하려면 힘들다. 함께 하면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동료 교사 간에 친목도 생기고 서로 의지도 된다.
학교혁신의 뜻을 모아 '즐거운 배움, 함께 나아가는 우리'라는 학교철학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천한 지 3년이지만 혁신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본교 선생님들의 마음속에는 혁신을 뛰어넘는 애착과 노력이 있음을 알기에 감사하다. 여전히 학교는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한 수업에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고 실천하며 반성하느라 바쁘다. 오늘도 바쁘지만,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지고 학년팀과 업무전담팀이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면서 행복한 학교를 가꿔 나가자. 바쁜 일상이지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하루를 열자.
조일행 미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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