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승현 기자 |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시인(詩人)이 좋아하는 시인 이성복의 ‘편지1’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전문(全文)이라고 해봐야 다섯문장이 전부다. 읽는이에 따라 두 문장이 되기도 한다. 쉼표 때문이다.
마침표는 없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무심코 시를 읽다보면 숨이 막힌다. 단 하나의 쉼표 말고도 숨을 잠시 고를 수 있는 곳이 있긴 하다. 마지막 두 문장 전의 빈 공간, 여백(餘白)이다.
한 평론가는 여기에 “시인의 장고(長考)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여백에 이르러 숨을 쉬고 안 쉬고는 독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정유년이 밝자마자 휴일 얘기로 시끄럽다. 5월 달력을 보니 그럴 만하다. 1일 근로자의날(월요일),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금요일)이 하루 걸러씩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휴일로 하는 노동절과 바로 전 주말 이틀에 2일과 4일을 휴일로 지정할 경우 최장 9일이라는 ‘황금연휴’가 생긴다.
휴일 논란에 불을 댕긴 건 정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9일 “공휴일이 몰려 있는 5월초에 대체휴일을 부여한다면 황금연휴가 생겨 내수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5일 어린이날과 주말인 7∼8일 사이에 있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나름 재미를 본 게 발언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당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주요 관광지 무료개방, 가족여행객 철도운임 할인 등을 해줬고 5∼8일 연휴기간 전년대비 백화점 매출액 16%, 고궁 입장객 70%, 교통량 9% 증가라는 내수진작 효과를 경험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설 연휴의 대체휴일(30일) 실시여부를 기업 1611곳에 물었더니 30% 가까운 439곳은 쉬지 않는다고 했다.
의무시행사항이 아니기 때문(54.4%)이란 게 주된 이유다. 기업규모 등에 따라 근로자들이 느끼는 휴일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5월 연휴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시(詩)에서 겨우 한두 줄의 의미문장을 읽었을 뿐이다. 세번째 문장을 지나 여백에 닿았을 때 한숨 쉬어가보자. 사랑의 시작과 점점 어려워지는 사랑, 시간과 죽음이라는 절대가치도 하찮게 만드는 사랑, 그속에 담긴 시인의 고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시의 참맛은 어쩌면 공식적인 쉼표 이전의 ‘행간’에 숨어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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