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모든 것은 없음에서 있음으로 되었다가 다시 없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여러 가지로 표현되겠지만 일단은 苦라고 함이 일반이다. 우리 생에 희노애락애오욕등 오욕 칠정이 끊임없이 자리한다. 그러하지만 그래도 가장 오래 우리 삶을 오래 지배하고 기억되는 것은 ‘苦’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일요일(1월15일) 필자는 가톨릭 문학회 교우 분들과 천안의 북면 납안리의 성거산 성지를 다녀왔다. 까닭은 사제생활의 3분의 1을 성거산 성지에서 하느님 사업을 펼치시다가 35년간의 사목활동을 마치시고 은퇴하시는 은퇴미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주인공 신부님은 ‘정지풍 아킬레오’ 신부님. 대전가톨릭문학회와 대전미술작가회의 지도신부를 겸하고 계시는 신부님이시다.
병인박해 때 공주 감영에서 순교하시고 납안리에 묻히신 순교자들이 계신 교우촌을 이루고 있는 성거산. 그 보잘 것 업던 성지를 이 신부님 재임기간에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할 정도의 눈부신 성역화의 완성단계를 눈앞에 둔 거룩한 성지의 입지를 굳혀 놓으셨다.
낮이면 해맑은 바람과 햇살이 송시를 읊고 밤이면 개여울, 뭇꽃, 풀벌래, 뭇새, 뭇별 들이 형언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밀어와 교향악을 맘껏 펼치는 천국. 이 성스러운 성지를 이루시고 가꾸시느라 그 얼마나 많은 고행이 있었을 것인가는 바로 신부님과 하느님께서만 아실 것이니 이를 일러 ‘거룩한 苦行’이라 것이다. 고행이 영육간에 늘 배셔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말씀이나 행동에서 겸손함이 웃음 속에서 자연스러워 누구나 호감을 갖게 되는게 신부님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매력 못지 않은 별다른 고행을 늘 삶으로 지내는 분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도 많다. 다만 우리가 그저 지나치고 무관심하고 격려에 인색하기 때문에 모르고 살 뿐이다.
모두가 쉬는 명절이나 국경일 같은 날에 땅 속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고행을 천직으로 알며 묵묵히 수행하시는 우리 사회의 숨은 일꾼들을 여기에서 일일이 구체적으로 직업군이라든가 그 특성들을 열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분들의 소중한 땀방울의 노력과 냉혹한 한파에 시달리며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주역들이 우리 주위에 계시기에 큰 혼란이 일어나도 이 사회는 끄떡없이 잘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칼바람을 맞으며 최전방에서 국토방위에 독수리 눈으로 북쪽을 응시하고 있는 젊은 피들이 있기에 우리는 맘을 놓고 각자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답고 미더운 고행, 그 별다르고 거룩한 고행을 천직을 삼아 아무 불평없이 사회를 지켜가는 이 분들을 우리는 겸허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격려해줘야 한다.
필자가 늘 불편해 여기는 것은 어려운 일들은 무명의 일꾼들이 다 하고 그 결과의 열매나 테이프 커팅을 하는 이들은 일과 상관없는 어깨들이 하는 꼴볼견이다. 테이프 커팅식을 할 때 노무자들을 앞세워 그들로 하여금 커팅을 하게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겠는가. 참 안타까워 넋두리 삼아 해보는 말로는 너무 슬픈 필자의 평소 심정이다.
이 해맑은 2017년 정유년 새해에는 이런 아름다운 숨은 주역들을 찾아내어 격려하고 찬사도 하고 포상도 하는, 하여 정녕 모두가 미쁨으로 매매일을 열어가는 금수강산 대한민국이 되어갔으면 좋겠다.
김선호 전 한밭대 인문대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