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남편은 달력을 보더니 "조금 있으면 설이네.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 라며 한숨을 쉬었다.
'명절증후군'이라고 하면 명절 음식준비로 힘든 여자들의 전유물 같지만 남자들 또한 알게 모르게 명절증후군이 있나보다
그럴 것이 남자들은 명절이 되면 적게라도 여기저기 명절인사라는 것을 해야 되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정말 부담이 된단다. 뿐만 아니라 설 명절에는 세배를 하는 조카들에게 만 원짜리 몇 장이라도 주려면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대학 다니는 조카라도 있으면 만 원짜리로는 통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어르신들께도 용돈을 좀 쥐어드려야 되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며느리들의 명절증후군’ 때문에 심신이 피곤해진 아내들의 눈치도 살펴야 하고 짜증스런 불평도 들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또한 고향이 지방이라도 되면 직장에서 일에 시달리느라 피로가 쌓인 상태로 장거리 운전까지 해야 하니 이쯤 되면 ‘남자들 명절증후군’ 생길만도 하다.
이렇듯 아들 노릇, 남편 노릇, 어른 노릇을 하려니 남자들의 명절증후군도 무시할 수 없다.
명절 때마다 거론되는 명절증후군이란 단어에 식상할 만도 하지만 이젠 명절증후군의 범위도 넓어져서 ‘대학생 명절증후군’, ‘직장인 명절증후군’, ‘미혼 명절증후군’도 생겨나고 있단다. 어린이들조차도 공부는 잘 하냐, 몇 등이나 하냐는 등 모처럼 만난 어른들의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어린이 명절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따라서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명절의 풍속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흩어져 있는 가족이 모이다 보니 동서나 시누이들 간에 생기는 심리적인 갈등도 만만치 않거니와 여성들의 ‘명절증후군’은 육체적 스트레스도 보다도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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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시달리던 주부가 명절날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이런 일 저런 일로 하여 명절 후에 부부간의 다툼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 다툼으로 인해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 보면 명절 때 해외에 여행을 가거나 아예 핵가족을 중심으로 각자의 집에서 조용히 명절을 보내는 가정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명절 때마다 치러야 하는 각각의 명절증후군은 각자의 입장에서 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당연함’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한다. 당연히 며느리들이라면 해야 할 일, 부모라면 당연히 해주셔야 할 일, 남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조금만 소홀해도 기분이 상하게 되고 쉽게 관계가 나빠지는 것이다. ‘당연함’ 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표시할 줄 안다면 좋은 관계가 유지될 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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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께서는 집안을 위해 명절음식을 하는 며느리에게 “에미야, 수고한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따뜻한 말 한 마디로 건네고 아내도 이젠 남편의 명절증후군을 이해하고 챙겨서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를 건넨다면 명절증후군 따윈 없어지지 않을까?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로 표현하지 않고 마음속에 고마움을 담고 있으면 모른다. 그 고마운 마음을 말로 표현해야 한다. 오늘부터 연습해 보자. 서로 가슴 긁어내는 언행은 삼가고 기운을 북돋우는 말을 나누자. 남에게 덕이 되는 좋은 말.
“수고했어요. 가족을 위해 애써줘서 고마워요.” 이 말 한 마디면 가족들 얼굴마다 태양이 물릴 것이다.
김소영(태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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