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은 섬이 되어…임실 옥정호와 붕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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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은 섬이 되어…임실 옥정호와 붕어섬

  • 승인 2017-01-19 18:08
  • 신문게재 2017-01-20 9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주말여행] 임실 옥정호와 붕어섬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여행지는 어느날 저절로 나타나기도 한다. 물이 차오른 날, 임실 옥정호에 가면 호수 가운데 섬이 금붕어처럼 보인다는 글을 우연히 읽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호수, 때가 맞아야 만날 수 있는 풍경에 대한 설렘이 물 속을 떠다니는 금붕어처럼 가슴 속에서 유영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옥정호에 펼쳐져 있던 건 낯설게 만나 포근한 안개와 새해 무렵의 겨울이라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햇살이었다.

금붕어처럼 보인다던 옥정호의 섬은 이름도 정말 붕어섬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데, 예전 주민들은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진 산이라는 뜻으로 외얏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산이었던 외얏날이 붕어섬이 된 건, 옥정호가 2700여 세대의 집들을 삼킨 인공호수이기 때문이다.

1965년 섬진강 상류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섬진강댐이 지어지면서 옥정호가 생겼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은 정읍과 김제, 부안에 관개용수로 공급되며 섬진강발전소에서 전기 생산에도 이용하고 있다. 총 저수량 4억6000만t, 만수면적 26.5㎢에 달하는 규모가 큰 저수지다.

이 거대한 개발을 위해 임실 운암면, 심평면, 강진면과 정읍 산내면에서 2만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야 했다. 지금은 전국에서 찾아와 찍는 물안개로 유명한 출사 명소다. 사진에 담긴 그 물안개에는 정든 고향 떠나던 이들이 흘린 눈물도 함께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붕어섬을 보기 위해 국사봉 전망대를 찾은 건 비오는 날이었다. 몰고 간 자동차를 전망대 아래 작은 카페 앞에 세웠다. 붕어섬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데크는 세 곳 있는데, 가장 아래에 있는 2층 누각은 붕어섬의 모양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높이다. 대신 가장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다 봤을 때 운해와 어우러져 신선이라도 누워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그 풍경을 보려면 나무계단을 올라야 한다. 국사봉 자체가 높지 않은데다 중간에 멈춰 쉴만한 공간이 있어 크게 고단할 일은 없다.

붕어섬의 금붕어는 물이 마를수록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물이 차오르면 화려한 지느러미를 자랑한다. 겨울이라 많이 가물었다면 넓적한 금붕어조차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다행히 붕어섬은 붕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만 살을 찌운 상태였다. 52년전엔 나무가 자라고 마을사람들이 삼삼오오 올라 땔감을 주웠을 산은, 자신이 섬이 되어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섬이 된 산은 말없이, 물 속에 잠긴 마을을 굽어보며 안개에 잠겨있을 뿐이다.

옥정호 주변은 물안개길 이라는 이름으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마암리 자연산장에서 용운리까지 약 13km 길이다. 총 3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전부 걸으려면 4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물안개길 위 도로 옆에 있는 운암정 옆에는 커피와 음료, 간단한 요기거리를 구매할 수 있는 길카페가 있다. 양철굴뚝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주인은 데크 옆에서 도끼로 나무를 패는 모습은, 인적 드문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소소하고 반가운 정취였다.

옥정호 너머로는 산등성이가 파도처럼 넘실댄다. 그 사이로 굽이굽이, 도로가 S자를 그린다. 한국관광공사가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한 옥정호 순환도로다. 운전하는 동안 앞을 봐야할 눈이 자꾸만 옆의 풍경을 향했던 건 그만큼 이 길이 아름답기 때문이겠다. 산 너머로 사라져가는 해가 황금빛으로 도로를 비춘다.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긴, 길의 곡선을 눈으로 훑는다. 눈이 머무는 그 끝은, 또 떠나고 싶어지는 여정이었다.

▲가는길=승용차로 호남고속도로지선과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국사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대중교통은 기차로 임실역에 도착해 관촌 방향 버스를 타고 사선대 정류장에 내린 뒤, 강진 방향 버스로 갈아타서 입석 정류장에 내려 10분 가량 걸으면 된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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