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찻집에 전통차가 없는 현세태 아쉬움”
비싼 다관보다 중요한 건 차를 즐기는 마음
전통차인회 등 활발한 활동 ‘차문화전도사’
▲ 박경숙 대표 |
‘커피전문점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가끔은 커피보다도 전통차가 끌릴 때가 있다. 담백하면서도 여유로운 차 한잔이 그리울 때, 차문화공간 ‘사발’로 향해보자.
‘사발’(대표 박경숙)은 대전시 유성구 지족동에 위치해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부가 한눈에 다 들어올 만큼 작다. 지난해 10월에 문을 열어서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대전에서 제대로 차를 즐길만한 공간이 생겼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차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좋은 차를 믿고 마실 수 있다는 믿음, 주인장의 감각이 느껴지는 꾸밈새 있는 공간이 ‘사발’의 매력이다. 세련된 한지등이 연출하는 은은한 조명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사발’의 박경숙(59) 대표는 이십여 년 째 차에 푹 빠져 있다. “절에서 차를 마셔보고 느낌이 좋았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차에 빠져들었는데 벌써 30대가 됐다”는 박 대표는 원광디지털대 전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전통차인회’ 세종시지부장’ 등으로 활동하며 차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대전시가 주최한 세계과학도시연합(WTA) 행사에서 한국의 찻자리를 기획했으며 유성구 신성동에서 차예절연구원 ‘청다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좋은 차를 마실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박 대표는 “전통찻집에 전통차가 없다”는 말로 요즘의 차문화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전통찻집이라고 해도 대추차나 생강차 등이 대부분이지 좋은 녹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사발’의 문을 열게 됐다. 차를 담는 ‘사발’(沙鉢)의 의미처럼 차문화공간 ‘사발’이 차문화를 담는 그릇이 될 수 있으면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소망이다.
▲ 차문화공간 ‘사발’에서 차를 나누고 있는 박경숙 대표 |
주인장의 바람처럼 ‘사발’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차를 가져와서 함께 마실 수 있고, 차에 대한 품평도 나눌 수 있다. “주변에 보면 외국여행 다녀오는 분들로부터 차를 선물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어떤 차인지 잘 모르고 드시거나 그냥 서랍에 넣어두고 계신다”는 박 대표는 “선물받은 그 ‘차’의 정체가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찾아오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차문화를 어렵게 생각하는 세태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차는 특별한 누군가가 마시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편하게 마시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차를 우려내는 동안 나를 가다듬고 나를 돌아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고 한다.
“차를 즐기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박 대표는 “가장 중요한 물의 온도에만 주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펄펄 끓인 물을 그대로 붓지 말고 한 김 뺀 뒤에 물을 부어야 좋다는 것. 80℃ 정도에서 2분 이상 우려내면 된다고 한다.
‘1차 1다관’이라는 말도 있지만 중요한 건 비싼 다관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차를 즐기려는 마음만 있다면 다관의 종류가 자기인지 분청사기인지, 얼마나 비싼 제품인지를 따질게 아니라 저렴한 가격의 ‘유리 다관’에 마셔도 좋다고 한다.
차에 대해 알고 싶으면 많이 마셔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 대표는 실용적인 면에서도 차는 건강에 매우 이롭다고 강조했다. 차를 마시면 혈행이 좋아져 혈핵순환에 좋다고 한다.
▲ 박경숙 대표 |
“잘 만들어진 녹차는 정말 올곧은 선비처럼 맛이 깔끔하고 좋다. 특히 우리나라 녹차는 세계 어느 차에 비해서도 우수하다”는 박 대표의 ‘차사랑’이 ‘사발’이라는 공간을 통해 더욱 많은 이들과 공유되고 공감되어지길 기대해본다.
‘차사랑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발’에서는 오전에는 주로 회원제 다도교육이 진행된다.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자유로이 차 마시는 공간으로 개방되며 저녁에는 동아리모임 등 예약제로 운영한다. 차에 관한 상담은 언제든 가능하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전화로도 문의가 가능하다. 042-822-4415.
박 대표는 원광디지털대 전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영평사 구절초 축제에서 다례 시연, 금산 보광사에서 열린 임동창과 함께 하는 산사음악회의 아름다운 찻자리를 기획하기도 했다. (사)한국전통차인회(회장 김장환) 회원들과 ‘군부대 문화가 있는 날’ 행사가 있는 날 군부대를 방문, 군 장병들과 다도체험을 하며 차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김의화 기자
▲ 차문화공간 ‘사발’의 내부 모습 |
▲ (사)한국전통차인회(회장 김장환) 회원들과 ‘군부대 문화가 있는 날’ 행사가 있는 날 군부대를 방문, 군 장병들과 다도체험을 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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