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구태반복, 대선 표계산 불리 감안한 고육지책인 듯
영ㆍ호남 정권 속 인사·예산 홀대 ‘비정상의 정상화’ 인식변화 시급
충청출신 잠룡들이 충청대망론을 경계하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어 충청민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충청’을 내세워 국민지지를 호소하면 자칫 지역주의 구태 반복이라는 역공을 우려한 고육지책인데 이를 받아들이는 충청권의 심기는 냉랭하다.
충청대망론은 단순 지역주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 영호남보다 홀대받은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시대적 과제라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14일 고향방문에서 “(충청도에서)태어나고 자랐지만, 충청도만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대한민국 시민이고, 대한민국만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대표였다”고 선을 그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해 중순 서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충청대망론은 새로운 통합과 미래 지도자를 지역에 가두는 어법이라 동의하지 않으며, 사용하지도 않는다”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정운찬 전 총리도 최근 충청권 언론간담회에서 “충청도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화이글스가 우승한 것처럼 좋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영·호남이 했으니, 이번에는 꼭 충청도가 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주의 함몰 우려를 차치하고서라도 대선 표 계산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충청대망론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충청권 표심은 여야 균형을 이루고 있어 이른 바 ‘몰표’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 18대 대선에서 외가와 세종시 원안고수 등 어드밴티지가 있었던 박근혜 당시 후보가 대전 50%(문재인 49.7%), 세종 51.9%(47.6%), 충남 56.7%(42.8%) 등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전남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는 89.3%(박근혜 10%), 경북에서 박근혜 후보가 80.8%(문재인 18.6%) 얻는 등 지지후보가 뚜렷한 영ㆍ호남 표심과 대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충청출신 정치인은 “표심성향과 출향인사를 포함한 유권자 수를 고려할 때 대선에 출마자가 충청출신이라고 해도 이를 강조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충청대망론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충청권은 영호남에 비해 인사, 예산 등에서 홀대를 받아왔다.
실제 2년 전 발표된 ‘박근혜 정부 특정지역 편중인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위 ‘5대 권력기관’ 고위직 168명 중 42.3%가 영남권 출신이며, 호남권 17.9%, 충청권 출신은 16.7%에 불과했다.
예산도 충청홀대가 심하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최근 2년간 지역별 SOC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전체 17조 3000억원 중 영남권이 43%인 7조 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도권 21.8%, 강원 18.8%, 호남 8.8%, 충청권이 8.6%인 1조 4000억원으로 가장 적게 배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충청잠룡들이 충청대망론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우려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이럴 경우 충청권에 상처를 준다는점도 명심해야 한다”“불균형 극복과 지역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의지가 충청대망론으로 표출된 것으로 단순히 지역주의나 표계산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