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놀이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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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놀이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

  • 승인 2017-01-16 12:01
  • 신문게재 2017-01-17 22면
  • 김면중 한밭초등학교 교사김면중 한밭초등학교 교사
▲ 김면중 한밭초등학교 교사
▲ 김면중 한밭초등학교 교사
누구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친구들과 함께 한 놀이이다. 나는 공주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온 마을이 다 놀이터였다. 산으로 들판으로 뛰어다니며 전쟁놀이를 하거나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진놀이, 구슬치기, 자치기, 오징어, 공기놀이, 고누놀이 등 많은 놀이를 즐겼다.

딱지치기 놀이를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온 집안에 있는 종이를 찾아내어 다양한 두께의 딱지를 접었다. 심지어 철지난 교과서를 찢어서 딱지를 접기도 했다. 접은 딱지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놀이터로 나서면 친구들은 벌써 딱지치기가 한창이다. 팔이 점점 아파오고 땀은 줄줄 흘러내리고 허벅지까지 아파온다. 이렇게 우리는 딱지와 하나가 되고 딱지의 세계에 몰입된다. 한 번은 모든 딱지를 다 잃고 울며 집에 돌아와 며칠 동안 끙끙 앓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는 툭툭 털고 일어나 또 다시 놀이터로 향하곤 했다.

어떤 놀이를 하든지 그 놀이의 세계에 깊이 몰입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저녁이 되어 어두컴컴해지고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그 날의 놀이가 끝났다. 돌이켜 보면 요즘 아이들과 비교해서 우리는 그렇게 놀이의 세계에 몰입했던 경험이 많았다. 몰입(flow)은 어떤 대상에 깊이 파고들거나 빠지는 것으로 정의한다. 시카고대학의 심리학자이자 교육학과 교수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몰입 경험은 배움으로 이끄는 힘이며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몰입 경험이 많을수록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집중력, 자부심, 희열, 적극성 면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조사 결과를 통해서 알려준다.

현재 놀이를 하면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우유팩으로 접어서 놀이하는 딱지치기를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대충 접어서 놀이를 하더니 딱지가 좀 더 납작해야 잘 따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부터는 딱지를 잘 접기 위해 온통 정신을 집중한다. 오로지 전설의 딱지를 만들기 위해 한 번 접고 가위나 자 같은 다른 도구를 이용하여 최대한 납작하게 누르고, 또 한 번 접고 또 누르고 비비고를 반복하면서 점점 딱지를 완성해 나간다. 놀잇감 하나를 만드는데 몰입해 정말 만족스러운 딱지를 만들었을 때의 기쁨은 다른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다른 친구와 딱지치기에 나선다. 역시 전설의 딱지는 효과만점이다. 그러다가 딱지를 따먹혔을 경우에는 온 세상이 꺼지는 듯한 슬픔과 함께 아쉬움, 억울함, 절망 등의 감정을 느끼며 눈물을 훔치는 아이도 있다.놀이가 처음부터 재미있고 즐겁기만 하다면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금방 잦아들 것이다. 이런 몰입과 고통의 끝에 그것을 이겨낸 기쁨이 커서 행복감을 느끼고 재미가 있고 즐거운 것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놀이를 통해서 매 순간을 몰입했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많이 갖게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놀이를 지도해야 하고 반드시 아이들에게 놀이가 살아있게 해야 하는 이유다.

김면중 한밭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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