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화학연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룬 선봉에는 석유화학 3형제가 있다. 1972년 맏형인 울산석유화학단지를 비롯해 1979년 여수석유화학단지, 그리고 1991년 막내로 태어난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있다. 태어난 고향도 제각각이다. 맏형은 경상도에서, 둘째는 전라도에서, 그리고 막내는 충청도에서 태어났다. 태생은 달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부모 아래 온갖 고난을 극복하며 대표 효자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 사이 세상은 또다시 글로벌 환경 변화와 에너지 판도 변화로 인하여 큰 위기가 다가온다. 하지만 3형제는 석유화학 고도화, 정밀화학 고부가가치화 그리고 미래 바이오화학 육성이라는 삼각편대를 펴고 힘차게 재도약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스위스 UBS은행이 작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성은 세계 25위에 그쳤다. G20 국가인 한국이 이처럼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것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높은 비중을 둔 산업구조 때문이다. 또한 반강제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대기업 위주의 수직적인 경영환경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은 83위였다. 다보스 포럼은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만 약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의 약 65%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산업의 고도화가 절실한 이유다.
메르스 사태나 상상을 초월한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듯이 국가가 개인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자각과 장기불황은 공포를 넘어 분노의 사회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로 인해 공포마케팅, 원초적 본능을 담은 콘텐츠가 뜨고 있다. 불안정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과잉근심은 일상이 되고, 더 원초적인 문화콘텐츠와 재미를 가진 정서에 열광하게 된다. 그러기에 광화문 촛불은 절대로 바람에 꺼지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성별과 연령을 초월해 세분화된 취향에 따라 모이는 공동체가 추세다. 즉 이색적인 취미를 혼자 당당하게 즐기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다. 기존 소득과 연령, 지역이라는 연결고리가 해체되고 취향으로 묶인다는 얘기다. 그래도 취향 공동체는 나은 편이다. 현대사회가 개인주의로 변화되면서 공동체를 통한 소통보다는 디지털을 통한 의사전달이나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동체 의식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혼밥 뿐만 아니라 혼술,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영(혼자 영화보기)과 같이 나홀로족이 급증하고 있다.
비싼 제품은 반드시 고소득자가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필요성에 꽂힌 고객이 구입한다. 브랜드를 중시하던 '사치의 시대'는 가고, 제품의 사용 경험을 중시하는 '가치의 시대'가 오고 있다. 브랜드 이름이나 비싼 가격에 끌리기보다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상의 사용자 리뷰를 통해 공유된 제품 정보나 추천을 신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1000원짜리 편의점 커피가 커피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잔 커피에도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5000원짜리 점심식사와 1000원짜리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시장도 사치의 시대가 가고 가치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행복의 문은 하나가 닫히면 슬그머니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닫힌 문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오히려 우리를 향해 열린 문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산업의 고도화' 못지않게, 삭막한 이 시기에 “내 탓이오, 내 탓이오”를 외칠 수 있는 '마음의 고도화'도 필요하다.
이동구 화학연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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