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은 지난 14일 고향인 음성과 충주를 방문했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자, 사실상 대선출정식을 가진 자리였다. 그는 ‘충청 대망론’에 대해 “(충청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충청도만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저는 대한민국 시민이고, 대한민국만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대표였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발언은 ‘충청 대망론’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반 전 총장은 개헌을 고리로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을 배제한 ‘제3지대 대통합론’의 핵심고리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이같은 연대가 성사된다면 20년 전인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DJP 연합’의 새로운 버전이 될 수 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위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정치 교체’를 선언한 반 전 총장이 제3지대를 통한 연대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그가 말한 정치 교체는 기존 정치의 잘못된 관행, 구시대적 인물의 청산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정권을 잡기 위한 연대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호응해줄지도 미지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의 당선에 일조한 것은 ‘행정수도 충청 이전’ 공약이었다. 정치적 연대가 아닌 정책을 통해 연고가 없는 취약 지역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입국 기자회견에서 “나라는 갈갈이 찢어지고, 경제는 어렵고 사회는 부조리로 얼룩졌다”고 말했다. 지금 그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 정신’을 구체화할 수 있는 비전과 실행 능력이다. 정치적 기반이 없는 반 전 총장이 내놓을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고싶어 하는 건 당선을 위한 연대 등 선거구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의지와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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