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침어낙안(沈魚落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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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침어낙안(沈魚落雁)

  • 승인 2017-01-15 14:41
  • 김용복/ 극작가김용복/ 극작가


침어낙안(沈魚落雁) ‘물고기가 잠기고 기러기는 떨어진다’는 이 말. 미인을 비유적으로 형용하는 말로 ‘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에 나온다.

장자 제물론에 보면, 춘추전국 시대의 서시(西施)와 전한 시대의 왕소군(王昭君)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4대 미인 중에 꼽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물고기는 그들을 보면 깊이 들어가고, 기러기는 그들을 보면 높이 날고, 고라니나 사슴은 그를 보면 도망을 친다고 하였다. 왜 그럴까? 인간들이 보면 그들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동물들의 눈에는 아름답게 비칠 수가 없기 때문이고 오히려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침어낙안’의 또 다른 이야기는 진헌공의 총희(寵姬) 여희의 이야기다. 여희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그녀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물고기는 물속으로 깊이 숨어 버리고 기러기는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대열에서 떨어졌다(沉魚落雁)’고 하며, ‘밝은 달은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고 꽃은 부끄러워 시들었다(閉月羞花)’고 한다. 이처럼 ‘침어낙안’과 ‘폐월수화’는 여희의 미모를 극찬한 말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결혼을 할 때쯤 되면 남자들은 대부분 눈꺼풀에 콩깍지나 명태 껍질이 씐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 상대자가 서시(西施)와 왕소군(王昭君)으로 보이게 되고 초선과 양귀비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침어낙안’의 미인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침어낙안으로 보이는 미인이라 하더라도 결혼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눈에 씌었던 것이 벗겨지는데, 그 때가 되어야 비로소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때는 늦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혼(離婚)? 새끼들이 있고 사회적인 내 위신(威信)은 어쩌려고.

필자가 왜 이 말을 구태여 하는가?

여인을 바로 보라는 의미에서다. 처음에 남성들은 여인을 미(美)의 잣대로 평가하여 그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마련이다.

그 아름다운 여성이 선(善)과 진(眞)까지 내재하고 있다면야 더 이상 금상첨화가 어디 있겠는가? 백년해로가 이어지게 되는 것이고 행복과 편안함이 플러스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녀 선발대회에서나 쓰이는 진(眞), 선(善), 미(美)의 기준을 남성들의 시각에서는 미(美), 진(眞), 선(善)으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 때문에 다가가게 되고, 또한 미(美)는 눈으로 볼 수 있으나 진(眞)과 선(善)은 눈으로도 볼 수 없을뿐더러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과 선을 갖추지 못하고, 아름다움만을 갖춘 여인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을 보자.

미모 때문에 베르크국의 국왕 베라스레데 7세의 사랑을 독점했던 왕비 게시레일은 남편을 졸라 자신의 정원보다 꽃이 더 많다는 이유로 지금의 독일영토북부를 다스리던 토레알 지방을 공격해 10년이나 전쟁을 했던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황(始皇)은 양귀비에 의해 몰락하였고, 구약성서에 나오는 삼손은 소렉 골짜기의 ‘들릴라’라는 여인 때문에 눈을 뽑히고 죽음에 이르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나 검사, 심지어는 교육자나 종교지도자들까지도 여인들의 미(美)만을 보고 취하였다가 패가망신 당하는 걸 수 없이 보아왔다.

남성들이여! 아름다움에 빠져들면 물고기도 넋을 잃고, 공중을 나는⦗飛⦘기러기도 추락하며, 달도 숨고 꽃은 시든다 하였다.

명심하자 이 말. 침어낙안(沈魚落雁).
가슴에 새겨두자, 이 말. 폐월수화(閉月羞花).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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