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인형뽑기 방’에 들어갔다. 1만원을 기계에 넣고 기계를 움직여 ‘포켓몬’ 인형 위에 놓고 버튼을 눌렀다.
세 발 달린 집게가 ‘포켓몬’ 인형을 얼굴 부분만 감싼 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기대감도 잠시 잡힌 인형은 목표 지점 직전 집게에서 떨어졌다.
기필코 인형을 뽑고 말겠다는 생각에 현금 2만원을 모두 사용했지만, 번번이 같은 지점에서 실패했다. 주변에서 인형뽑기를 즐기는 학생들과 직장인들도 대부분 빈손으로 돌아갔다. ‘인형뽑기는 실력과 무관한 확률 게임’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인도형 뽑기기계(크레인)에 달린 집게발의 힘을 약하게 하거나, 집게가 인형을 들어 올리는 순간 집게를 흔들어 떨어뜨리는 등 방식, 확률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전지역에 ‘인형뽑기방’이 난립하는 가운데 소비자를 울리는 확률 조작 등 불법 영업에 대한 단속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자체와 경찰이 인형뽑기방의 불법 영업행위에 대해 일제 단속을 벌인 결과,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전국 144곳 중 70.1%인 101곳이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뽑기기계를 확률 조작이 가능하도록 개·변조한 업소가 12곳에 달했다. 고가 경품 인형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영업행위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제28조)’ 상 청소년게임 제공업자들이 제공하는 인형뽑기 경품은 완구류와 문구류 등으로 제한된다.
가격은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5000원 미만으로 정해졌다. 현재 지역 내 인형뽑기 방 기계 안에는 ‘포켓몬’ 등 5000원 이상의 고가로 보이는 인형들이 가득했다.
또 규정대로라면 밤 10시 이후에는 청소년의 출입도 금지되지만, 무인으로 영업하는 업장이 많아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반석동에 사는 강모(34)씨는 “지금은 지역 내 어딜 가나 인형뽑기 방이 생겨 회식이나 술자리가 끝나고 취미활동으로 즐기곤 한다”며 “가끔 밤 늦게 학생들이 들어와 담배를 피거나 욕설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인형뽑기 방’에 대한 관계 당국의 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와 경찰 당국은 ‘인형뽑기 방’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전 자치구 한 관계자는 “인형뽑기 방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점검에 애를 먹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찰과 합동 점검을 통해 관리 중이며 ‘확률 조정’ 등 기술적인 부분도 게임물 관리 위원회와 공조해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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