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석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 회장ㆍ 항우연 책임연구원 |
이것을 기화로 새해부터 몇몇 출연연에서 내부 혁신의 모습들이 들리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자기 혁신을 스스로 하겠다고 구성된 혁신위라면 기관의 몇몇 보직자들과의 협의 아래 만들어진 혁신 방안이 아니라, 현장의 연구자들과 좀 더 치열한 그리고 폭넓은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 혁신안을 가지고 나와서 이것이 현장 연구자들이 바라는 자기 혁신의 방안이라고 내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수도 없이 혁신을 외치며 만들어진 정부 주도의 혁신안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묻고 싶다. 출연연의 혁신, 그 첫 단추가 정말 바르게 끼워졌는가 이 시점에서 반문하고 싶다.
과거 50년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출연연은 그 동안의 성과는 도외시 당하고, 최근 투입된 자원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만으로 외부로부터 혁신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4조원대의 정부 예산을 쓰고 있으면서, 성공률 높은 연구에만 치중하고 사업화로 이어지는 비율이 저조하다”, “일본도 받는 노벨상 하나 받지도 못할 정도로 창의적 연구가 결여되어 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비난 이전에 우리의 연구환경을 한번 살펴보자. 선진화된 기술이 변변히 없는 지난 50년의 상황 속에서, 특화 기술의 국산화가 필요해 열심히 선진국을 ?아가는, 또는 모방하는 연구를 출연연은 그동안 열심히 수행해 왔다. 이것이 지금까지 출연연에 맡겨진 국가적 미션이었고, 그 결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력 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선진국을 ?아가는 연구이기에 창의적이지는 못했지만, 비교적 단시간에 선진국의 기술 수준에 도달한 것은 우리 연구자의 뛰어난 역량과 부단한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같은 연구환경과 미션은 무시되고 노벨과학상, 성공률 99% R&D를 운운하며 출연연의 그동안 성과를 매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출연연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기술의 진화 속도가 빠르고, 사회도 빨리 변하고 있다. 창의적 연구에 치중하지 않으면 선진국 대열에서 버티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방안을 논의하기 이전에 출연연의 자율적인 연구환경 조성과 연구원들의 안정적인 연구지위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간섭뿐만 아니라 기관 혹은 기관장의 간섭도 가능한 배제된 상태에서, 기관에 종사하는 현장의 연구원들이 치밀하게 고심하고 또 공감대를 형성하여 만들어진 장기적인 기관의 로드맵에 따라 연구의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 위에 자기 희생적인 출연연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수석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 회장ㆍ 항우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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