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10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스포츠 선진국 도약 핵심 키워드는 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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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10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스포츠 선진국 도약 핵심 키워드는 자율”

  • 승인 2017-01-12 12:57
  • 신문게재 2017-01-13 11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엘리트와 생활체육 단체의 통합으로 새롭게 출범한 대한체육회는 통합 이후 첫 수장인 이기흥(62·사진) 회장의 진두지휘로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5일 서울올림픽회관에서 열린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892표 중 294표(32.95%)를 얻어 당선됐다. 1991년 생활체육이 분리된 뒤 25년 만에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합쳐진 통합 체육회의 첫 수장이 됐다. 당선 100일째를 맞이하는 이 회장을 만나 새로운 100년 초석을 다질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지 어느덧 100일이 됐다. 소감 한 말씀 해 달라.

▲대한체육회는 2019년이면 창립 100년을 맞는다. 한국 스포츠의 지난 100년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100년을 열어나가야 하는 출발점에 서 있는 대한체육회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지난 2~3년간 큰 소용돌이를 겪어야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이름으로 멀쩡한 체육단체를 비리단체로 몰아가기도 했고 체육인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통합 일정을 밀어붙여 체육인들을 서로 반목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체육인들은 큰 상처와 피해를 당하였다. 우리나라 체육을 통괄하는 대한체육회 회장으로서 하루빨리 이런 체육인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한체육회장이기 이전에 체육단체, 체육인들의 대변자로서 대한민국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체육인이 화합하고 통합하는 데 앞장서겠다.

-연말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한체육회의 자율성 확대를 이야기해 주목을 받았는데.

▲지난해 12월 22일 체육인의 밤 행사에서 문체부 장관께서 체육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말씀하셨다. 대한체육회가 스포츠강국을 넘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스포츠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자율성이다. 혹자는 자율을 정부와 대립을 세우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아니다. 체육회는 고유 업무와 활동영역이 있고, 정부가 준 역할 안에서 최대의 자율성을 발휘할 때 창의성이 발휘된다. 정부가 마련한 정책적 방향성을 따라가면서 대한체육회 고유의 업무는 자율적으로, 창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자는 뜻이다.

-자율성을 확대하려면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부분은 회장님이 선거에서도 강조하신 부분이기도 하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스포츠토토 수익금 50%를 국민체육진흥기금 편입 없이 대한체육회에 직접 배분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정부, 국회 등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체육회의 2017년 예산 규모는 약 3830억원인데, 이 금액은 모두 기금에서 나온다. 문체부와 기획재정부는 물론이고 여기에 국회까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전달된다.

대한체육회는 예산 편성과 집행의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도체육회 및 회원종목단체 지원도 스스로 합리적으로 결정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스포츠마케팅과 홍보를 활성화해서 자체 수익도 만들어가야 하고 생활체육인들에게 회비를 걷어, 더 좋은 방향으로 쓰는 방법도 있다. 재정자립도를 높여 명실상부한 대한체육회의 위상을 수립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때문에 체육계도 큰 상처를 입었다. 이는 단순히 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체육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앞으로 스포츠에서 비리 문제가 없어져야 한다. 특히 폭력, 입시부정, 도핑, 회계부정, 심판비리 이런 것들 말이다. 다만, 체육인들의 변화뿐만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이 같이 변해야만 한다. 그래야, 실효성이 있다. 여러 비리 가운데는 이른바 '생계형'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자리 문제, 생활을 위한 최소 경비 문제 등이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구분하고, 후진적인 제도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또 하나는 체육인 스스로 체육계를 이끌어 나간다는 주체인식이 부족했다.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고 자립심이 부족했다. 체육분야만큼은 체육인들이 책임진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생활체육회와 엘리트체육회가 행정적인 통합을 완료했다. 이어 산하 회원종목단체들도 속속 통합을 진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하나다. 전문 체육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또 하나의 감동 스토리를 만들면 종목 인기도 올라가기 때문에 생활체육만 집중하면 보급이 잘 안 된다. 대한체육회는 생애주기별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으며, 전국 유아시설부터 지도자를 배치해 유아 때부터 운동습관을 갖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 체육도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들에게는 학교체육과의 연계를 통해 스포츠클럽대회 및 방과 후 스포츠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급, 확대하고 있다. 또 성인들에게는 클럽리그대회 등을 지원해 생활체육 참여인구를 늘리고 있으며,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선순환 구조로 조화를 이뤄 우수선수 육성은 물론 국민의 건강 증진과 풍요한 삶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 체육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빠른 통합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체육단체 통합이 물리적으로 이뤄졌지만 빠른 속도로 추진하다 보니 부작용도 많이 발생했고 상처도 입었다. 체육단체 통합의 효과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봐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정책적으로는 먼저 내부 조직과 운영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정관과 하위 규정이 안 맞는 문제 등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역 체육회 및 지역 종목별 단체가 통합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통합 못한 단체에 대해서도 체육회와 시·도체육회와 합심해 올해 안에 원만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인적 부분에 있어 체육회 직원들 간 유기적 협력도 기능 통합의 중요한 부분이다. 통합으로 인하여 발생된 문제 등 불합리한 사항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의 대화 채널을 수시로 가동하고 적극적인 노사 협의를 통하여 상생의 해결방안을 찾아나가겠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온 국민이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상황인데 어수선한 정국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지역 행사가 아닌 국제적·국가적 행사인 만큼 성공적 개최와 운영측면, 사후활용도 매우 중요하다. 개최지인 강원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평창조직위원회를 비롯 정부와 국회, 그리고 체육회가 적극적으로 올림픽 성공을 위해 대승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다만 대한체육회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와 관련하여 한국 선수단의 경기력 부분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이기 때문에 선수들 경기력이 매우 중요하며, 2011년 개최지 확정 후 정부와 협의해 필요 예산을 확보해 왔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역대 최대종목 최대인원인 7종목 130여명의 선수를 파견해 금 8, 은 4, 동 8 등 총 20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4위가 목표다. 특히, 동계스포츠 저변확대와 메달편식 현상 해소를 위해 7개 동계종목에 국외전지훈련, 촌외훈련, 외국인 지도자 및 전문가 등의 전문지원 인력 영입 등 고르게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설상종목의 경우 하계시즌 훈련지원을 위한 뉴질랜드훈련캠프를 운영 중이다.

-대전시를 비롯해 각 시·도에는 지역 체육회들이 자리 잡고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들 지역 체육회 발전을 위한 지원이나 협력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체육회의 발전이 기반이 돼야 하므로 대한체육회와 지역체육회는 서로 지원하고 성장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첫째, 지역체육회 발전을 위해서 통합이 온전히 이루어지고 통합 후 갈등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부 규정 및 불합리한 규정 등을 재정비하여 지역체육회가 안정적 조직으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둘째, 대한체육회는 지역체육 활성화 및 지역체육회 발전을 위한 예산을 2016년 550억에서 2017년 840억으로 약 290억 증액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시군구체육회의 핵심 수행 인력인 생활체육지도자 처우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 문제를 제기하여 이들의 급여를 월 10만원 증액하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지역 스포츠클럽을 통해 전국 시군구별로 국민의 생애주기별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우수선수 발굴 및 선수출신 지도자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239개소 이상으로 확대 운영함으로써, 지역단위 스포츠 발전을 도모할 것이다.

-전문 체육인이 아닌 경영인 출신으로, 어떻게 체육과 인연을 맺게 됐고, 경영인으로서의 장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그만 기업을 꾸리다 보니 우연히 체육계와 인연이 됐다. 지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로 통합됐지만 2000년 당시 주택공사 사장이 당연직으로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직을 맡았다. 그 당시 주택공사 사장으로부터 부회장을 맡아 줄 것을 제의받았으며, 4년간 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그 뒤에 카누연맹 회장도 맡게 됐다. 실은 열악한 단체 운영을 지원해 달라는 구원 요청이었다. 이후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수영연맹 회장을 맡았다. 체육계의 인연으로 많은 보람을 느꼈다. 경영인 출신으로서 경영철학을 가지고 정부예산에만 의지하지 않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강력한 체육회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

- 체육회장 임기 중에 꼭 해내고 싶으신 일이 있으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먼저 우리나라 체육인들이 한마음으로 소통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기초를 놓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체육이 더욱 국민의 신뢰를 얻고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싶다. 또한,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단체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 기초를 확고히 하겠으며 재정자립의 단초를 열도록 하겠다.

대담·정리·사진=이상문 기자 ubot1357@

●이기흥 회장은 …
1955년 1월 3일 논산 출생으로 대전 보문고를 졸업, 용인대 체육학 명예박사·동국대 철학 명예박사를 받았다. 이 회장은 2000년 근대5종경기연맹 부회장을 맡으며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다. 대한카누연맹 회장,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지냈으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을 맡았으며 지난해까지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돼 2021년 2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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