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견디는 튼튼한 집, 냉난방비가 적게 들고 건강에도 좋은 쾌적한 집,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적인 집을 나도 지을 수 있을까? 내 가족이 살기 좋은 집은 과연 어떤 집일까? 집짓기 경험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한, 어쩌면 전 재산을 들여 지어야 할지 모를 중대사이다.
그래서 집짓기 전에는 반드시 이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박강현은 20여 년 동안 공터에서 땀 흘리며 일해온 '시공전문가'답게 막연한 집짓기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나도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용기와 실천의 힘을 주고 있다.
책에서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루이스 설리번(미국건축가)의 말을 따르며 장식보다 본질을 먼저 생각하고 건축주의 입장에서 집짓기를 바라보는 저자는 건축주들에게 예쁜 집보다는 좋은 집을 지으라고,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본문에서는 집짓기 예산에 대한 기준을 비롯 설계, 시공, 감리과정 등 설계진행 프로세스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하는가 하면 건축구조의 적용제한 등 구조지침, 법규 등을 알려주면서 보증보험의 허와 실을 짚으며 집짓는 과정상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서 꼼꼼히 짚어준다.
2002년부터 건설현장에 투신하며 화성동탄신도시, 인천청라지구 등지의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공무와 공사를 두루 경험한 저자는 말한다.
“복잡하고 화려한 구조의 집보다 '르 코르뷔지에'나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처럼 간단명료한 구조가 단순미가 있으며, 더 견고하고 시공비 역시 적게 듭니다. 설계단계에선 건축가의 말만 듣지 말고, 그 건축가가 지은 집에 직접 찾아가서 1년 이상 그 집에서 산 사람에게 집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춥지는 않는지, 물 새는 곳은 없는지 등을 물어봐야 합니다. 특히 감리의 중요성을 모르고 공사업체에 그냥 다 맡기는 건축주들이 의외로 많은데 건물은 시제품이자 완성품이기에 하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감리단계에서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또한 모든 일에 완벽할 수만은 없으니 반드시 이행(하자)보증보험을 활용하길 바랍니다.”
집을 지은 지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이 가능한 현 실정에서 과연 100년을 버텨내는 집을 짓는 것이 가능한가? 게다가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저자는 다시 목소리를 높이며 경고한다. “대한민국 내진설계 건축물은 5.4%에 불과, 지피지기라도 백전필태(百戰必殆)라고 할까요. 예방차원에서 기초공사에 드는 '시간'과 '투입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갑자기 생기는 사고는 결코 없는 법이며 현장에서 큰 재난을 예고하는 300번의 작은 징후(하인리히법칙)를 결코 놓쳐선 안 됩니다.”
작은 사고도 절대 가볍게 봐선 안 되며 건축주가 나서서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집은 튼튼하기도 해야 하지만 집 안에 사는 사람의 건강을 해쳐서도 안 된다는 관점에서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온갖 화학물질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대비책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목재의 경우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등급표시를 반드시 확인하고 인체에 덜 해로운 자재를 쓰도록 권고하는 현장 전문가다운 고민이 엿보인다.
또한 서울시청사와 성남시청사를 예로 들면서 외부마감을 유리로 하여 엄청난 에너지 손실을 초래하는 '에너지먹보'인 현대건축의 허점에 대해 지적하며 집짓기에 있어서 난방용량을 키우기보다는 단열과 기밀에 신경을 써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냉난방에 불리한 유리를 최소로 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창을 만들고, 비용이 들더라도 전열교환기 등의 환기장치는 반드시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끝으로 본문 사이사이 나오는 저자가 재해석한 '건축주를 위한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 <밑 빠진 독과 두꺼비>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글 읽기에 재미를 더해주는 백미로 작용한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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