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시대] 잘못된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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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시대] 잘못된 확신

  • 승인 2017-01-11 11:17
  • 신문게재 2017-01-12 22면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우리 사회는 오랜 동안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 분단 이후에도 정치, 사회, 종교, 문화 전반에 걸쳐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마치 전쟁터와 같은 각박한 환경, 양보와 타협이 여의치 않은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작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대전에서 끼어들기 시비로 인한 다툼 끝에 40대 운전자가 60대 운전자를 망치로 13차례 때려 숨지게 한 살인사건이 있었다. 매우 참혹한 사건이었다는 관계자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운전자 모두 택시운전기사였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분노케 하였고, 비극으로 몰아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무엘 헌팅턴은 그의 책 '문명의 충돌, The Crash of Civilizations'에서 냉전시대가 끝난 세계는 문명 간의 충돌이 발생할 것을 예견했다. 그 중심에는 종교가 있고, 기독교의 서구문명과 이슬람 문화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이건 문명이건 충돌은 몇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그 첫 번째 원인은 배타적인 자기 의(義)와 자기 확신이다. “나만 옳다”는 식의 사고이다. 나는 절대적으로 옳고, 내 진영에 있는 모든 문제는 정당하며, 나의 반대편의 사람들은 적이며, 나아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확신은 인간 이해의 부재(不在)에서 기인한다. 인간은 결코 완벽하거나 절대적으로 의로운 존재가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아무리 위대하고 순수한 인간의 선과 의라도 절대적인 선과 의에 견주어 보면, 누더기와 같은 것임을 이미 종교개혁자들은 갈파했다. 두 번째 원인은 속단(速斷)이다. 충분히 살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한 편만을 생각하고 다른 면을 간과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 싫으면, 그 사람의 단점만 보고, 무엇이 하고 싶으면, 그 일의 장점만을 본다. 결과는 후회할 일을 곧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도 잡으며 저것에서도 네 손을 놓지 아니하는 것”이 좋은 길이다.(전도서7:18)

작년 10월에 사랑하는 아들이 입대를 했다. 아들이 군대에 가기 전, 아들과 나는 아내와 딸과 다른 욕실을 함께 사용했는데, 사흘이면 욕조 배수구가 막혔다. 머리카락이 배수구를 막아 물이 내려가지 않았었다. 나는 “자기 머리카락 빠진 것은 청소 좀 하지”라며 긴 한숨과 함께 배수구를 청소했었다. 아들이 군대에 갔다. 이제 혼자 욕실을 사용하는데, 다시 배수구가 막혔다. 정확하게 사흘 만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동안 배수구를 막았던 머리카락은 아들 것이 아니라 내 것이었다. 나는 한 번도 내 머리카락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사흘이 지나자 또 배수구가 막혔다. 범인은 분명히 나였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옳고, 정당하다고 확신하며, 아주 작은 사실 하나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론 내린다. 그 판단과 확신이 정확한가!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찬찬히 생각해 보자.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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