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직 맞춰지지 않은 퍼즐이 많다.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하나로 원자로는 국내 내진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작년 2월부터 내진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원자로 시설이 아닌 외벽체에서만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내진 보강 작업은 벽체에 지름 10cm의 구멍 1800개를 뚫어 수천 톤에 달하는 철 구조물 H빔을 관통볼트와 그라우트(충전재ㆍ시멘트)를 통해 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뚫린 구멍은 그라우트와 관통볼트를 함께 묻어 틈이 없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틈이 있다면 완벽한 ‘부실공사’가 되기 때문이다.
틈을 통한 방사능 노출 위험은 물론 공사가 완료된 후 외벽에 지진과 같은 충격이 가해지면 그 틈을 따라 그라우트가 부서져 수 천톤에 달하는 H빔이 원자로를 덮칠 수 있다.
이 경우, 내진 보강 작업이 아닌 도리어 벽체를 외력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 셈이 된다.
더욱이 “그라우트로 구멍을 메웠음에도 충전재가 완벽한 진공(밀봉)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부서지는 결과를 얻었다”는 관계자의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안전성 논란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이 결과는 공사 과정에서 기본적인 토목상식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로 확인됐다.
‘시멘트에 묻히는 철재류(관통볼트)는 기본적으로 도색을 하지 않는다.’
이는 토목기사 필기시험의 단골 기출문제로 출제될 만큼 토목학자들에게는 기초적인 지식 중 하나다.
그러나 하나로 내진 보강 작업에 사용된 관통볼트는 아연 도색이 돼 있었다.
무엇보다 공사의 안전성이 최우선 돼야 하는 원자력 시설의 공사 중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외에도 내진 설계 방식이 실험으로 검증되기 전 착공에 들어간 점, 방사능 관리 구역에서 발생한 부산물의 관리가 허술하게 된 점 등 하나로 내진 보강 공사가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했을 정황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나로 내진 보강 공사에는 150만 대전 시민의 안전이 달렸다.
원자력연에는 아직 중ㆍ저준위폐기물 저장고, 고준위폐기물 저장고를 포함해 22개의 원자력 시설과 건물이 내진 설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자력연은 이들에 대한 내진 보강 작업을 오는 2022년까지 마칠 계획이다.
하나로 내진 보강 작업은 국내 연구용 원자로 내진 공사의 첫 사례이며, 향후 산적한 내진 보강 작업 중 첫 단추가 되는 만큼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모두 해소될 필요가 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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