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하나로 내진 설계 약될까 독될까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하나로 내진 설계 약될까 독될까

  • 승인 2017-01-10 15:57
  • 신문게재 2017-01-10 3면
  • 최소망 기자최소망 기자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 내진 보강 공사가 이번 달 말 마무리된다.

그러나 아직 맞춰지지 않은 퍼즐이 많다.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하나로 원자로는 국내 내진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작년 2월부터 내진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원자로 시설이 아닌 외벽체에서만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내진 보강 작업은 벽체에 지름 10cm의 구멍 1800개를 뚫어 수천 톤에 달하는 철 구조물 H빔을 관통볼트와 그라우트(충전재ㆍ시멘트)를 통해 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뚫린 구멍은 그라우트와 관통볼트를 함께 묻어 틈이 없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틈이 있다면 완벽한 ‘부실공사’가 되기 때문이다.

틈을 통한 방사능 노출 위험은 물론 공사가 완료된 후 외벽에 지진과 같은 충격이 가해지면 그 틈을 따라 그라우트가 부서져 수 천톤에 달하는 H빔이 원자로를 덮칠 수 있다.

이 경우, 내진 보강 작업이 아닌 도리어 벽체를 외력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 셈이 된다.

더욱이 “그라우트로 구멍을 메웠음에도 충전재가 완벽한 진공(밀봉)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부서지는 결과를 얻었다”는 관계자의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안전성 논란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이 결과는 공사 과정에서 기본적인 토목상식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로 확인됐다.

‘시멘트에 묻히는 철재류(관통볼트)는 기본적으로 도색을 하지 않는다.’

이는 토목기사 필기시험의 단골 기출문제로 출제될 만큼 토목학자들에게는 기초적인 지식 중 하나다.

그러나 하나로 내진 보강 작업에 사용된 관통볼트는 아연 도색이 돼 있었다.

무엇보다 공사의 안전성이 최우선 돼야 하는 원자력 시설의 공사 중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외에도 내진 설계 방식이 실험으로 검증되기 전 착공에 들어간 점, 방사능 관리 구역에서 발생한 부산물의 관리가 허술하게 된 점 등 하나로 내진 보강 공사가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했을 정황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나로 내진 보강 공사에는 150만 대전 시민의 안전이 달렸다.

원자력연에는 아직 중ㆍ저준위폐기물 저장고, 고준위폐기물 저장고를 포함해 22개의 원자력 시설과 건물이 내진 설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자력연은 이들에 대한 내진 보강 작업을 오는 2022년까지 마칠 계획이다.

하나로 내진 보강 작업은 국내 연구용 원자로 내진 공사의 첫 사례이며, 향후 산적한 내진 보강 작업 중 첫 단추가 되는 만큼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모두 해소될 필요가 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