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닭아 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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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닭아 닭아

  • 승인 2017-01-10 11:07
  • 신문게재 2017-01-11 23면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열렸다. 닭은 새벽이 왔음을 알리고 특히 붉은 색이 밝음과 총명함을 뜻한다 하여 이 해가 시작되기 전부터 은근한 기대로 마음을 부풀리고 있지 않았는가. 나라 밖 정세도 그렇고 나라 안 탄핵정국도 그렇고, 정말이지 힘찬 닭 울음소리에 이어 짙은 어둠이 물러나듯, 나쁜 꿈에서 애써 깨어나듯 어찌어찌 한 해가 순탄하게 펼쳐져 갔으면 좋겠다.

세상사 흐름이 자진모리 휘모리로 돌아가는건지 갖가지 문제들이 터져서, 닭의 해라고 그럴듯한 덕담을 나누고 있기에는 대한민국 닭의 수난이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초겨울부터 시작된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닭들이 이미 살처분되고, 계란값은 한 판에 만원 가까이 까지 치솟고 있다. 한풀 꺾이는 것 같다고는 하지만 이제 1월초, 남은 겨울 동안 어떻게 진행될지 그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백숙, 전기구이, 후라이드, 양념, 간장, 불닭, 파닭, 순살, 등등 끝도 없이 떠오르는 닭고기 메뉴를 생각하노라면 우리가 얼마나 닭고기를 즐겨 먹는지 새삼 알 것 같다. 더욱이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영양가 높고 값도 저렴한 계란은 식탁에서 뿐만 아니라 빵이나 과자, 부침에 이르기까지 더 없이 많이 쓰이는 식재료이다. 그런데 이번 AI 감염으로 계란을 낳는 산란계의 절반 정도가 살처분되었다고 한다.

살처분이라는 것이 가축의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감염된 동물뿐만 아니라 그 동물과 접촉하거나 같은 축사에 있는 동물 등을 모두 죽이는 처리이므로 질병으로 죽은 가축을 파묻는 절차와는 매우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까지 정신심리적으로 힘들어져서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까지 겪는다고 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죽은 사체를 치우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까지 파묻어야 하니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겠는가 말이다. 그 것도 한 번이 아니고 번번이….

이쯤 이르면 왜 이렇게 사태가 악화될 때까지 조기에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는가 따지는 마음이 든다. AI 바이러스 감염이 어제 오늘 시작된 것도 아닐텐데. 해마다 발생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안도 수립되어 있고, 감염이 발생하면 초기에 막을 수 있는 실천적 매뉴얼도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얼핏 얼핏 들리는 뉴스에 의하면 진단체계도, 개입 전략도, 인력도 부족해 문제를 잡지 못한다고 하니 답답하다. 여객선이 침몰하고, 항공기가 떨어지고, 다리가 무너질 때 공통적으로 터져나오는 부실한 관리체계, 대처 능력 부족이 인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더니, 이제 닭이니 돼지니 가축 조차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특히 감염병은 허술한 작은 틈새로 얼마든지 만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 원인이 철새라고 한다. 그렇다고 철따라 찾아오는 엄청난 철새떼를 오지말라 막을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좁은 우리에서 꼼짝 못하는 채 사료를 받아먹으며 쉴새 없이 알을 낳는 공장식 대형 양계장이 문제를 키운다고 한다. 다시말해 면역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는 사육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닭을 보호할 수 있을까. 결국 닭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또 고민할 일이다. 방안을 찾으면 미리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들은 국민대로 해야 할 바를 지켜야 할 것이다.

여하간 드는 생각은 인간의 욕심이 끝도 없다는 것이다. 돈벌이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지배하고 억압하니 말이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얽혀서 살아가는 게 생태계의 순환이다. 먹이연쇄를 이루며 잡아먹히고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이치를 따르지만 어느 생명체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야 하겠다. 먹을 때 먹더라도 미안해하기도 하고, 나를 살게 해주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도 가져보자.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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