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
#모든 인간은 인정이 고프다
'읽는다'는 말은 상대의 인정욕구를 찾는다는 뜻이다. “어머니,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아들이 울먹이며 말한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답한다. “아들아 고맙다! 내가 고생한 걸 알아주니….” 방송에서 본 이 장면은 인정받음이 지닌 힘을 잘 보여준다. 인정을 받은 어머니는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받았다. 눈물은 그 의미다. 아들은 어머니를 읽었다.
모든 인간은 인정받길 원한다. 배가 고프듯, 사람들은 항상 인정이 고프다. 이 인정을 채우고자 남이 자신을 알아보아 주기를 갈구한다. 내 말을 누군가 잘 들어줄 때 사람들은 인정욕구를 충족하게 된다. 갈등과 불행의 근원인 질투 역시 이 인정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본질은 역시 나의 인정욕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읽어주지 않아서 화가 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서로 읽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만 읽는다.
소통이야말로 이런 인정욕구를 충족시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소통의 본질은 바로 '읽기'다. 이는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들어주는 공감적 경청을 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문제를 가진 사람은 해결책도 가지고 있다는 코칭 원칙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상대가 말하게 하고, 그걸 들어야 한다. 상대를 이해한 후 나를 상대에게 이해시켜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코비 박사의 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통으로 신뢰가 구축된다. 신뢰수준이 올라감으로써 모든 일에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감소한다.
#국정 수습의 키워드는 소통
최근 국정이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운 이유는 국민과의 소통 결핍이다. 국정이란, 국민 여론이란 '밭'에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과실'을 따고자 전략과 정책이란 '비료'를 만드는 일이다. 문제는 지금껏 밭 가꾸기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밭에 맞는 비료를 쓰지 않고 비선을 썼다. 좋은 과실이 요원해졌다. 소수 의견은 언제나 다수 의견을 넘어서지 못한다. 집단으로 이루어진 지식은 지혜로운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밭을 가꾸면서 그 집단적 지혜를 추구했어야 했다.
왜일까? 미래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래는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고위험의 '뉴 노멀' 시대다. 게다가 획기적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20년 후 우리 자식들은 현재 있지도 않은 직업을 만들고 종사해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려면 지금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교육패러다임도 포함된다. 창의력을 증진시킬 방안이 모색되고, 말단직원도 지금까지의 단순반복업무 수행이 아닌 전략적 마인드와 기획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사고능력'도 갖춰야 한다. 소통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다.
해방 이후 70여 년간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장을 이뤄냈다. 사회 구성원의 요구와 시대적 아젠다가 일치했던 행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여태 일등만 해봤지, 일류를 경험하진 못했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의 진단이다. 동의한다. 일등이 고만고만한 데서 이기는 거라면, 일류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우뚝 서는 거란다. 일등이 전술적으로 행동한다면, 일류는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거다. 그래서 삼성이 일등이라면 애플은 일류다. 앞으론 일류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일류란 판을 새롭게 짤 줄 아는 능력이며, 그건 철학적 사고가 있어야 가능하다. 소통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소통으로 문을 열자
소통은 어렵다. 어려우니 많이도 제대로도 못한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다른 모든 일을 더 쉬워지거나 필요 없게 만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국가를 향한 국민은 지금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다. 열어야 한다. 국민의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통이 열쇠다. 지금부터라도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더욱 다양하게 가꿔보자. 핵심은 '공개'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소통할 수 있듯, 국정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선 모든 것이 공개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이 투명해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판단이 서야 할 이야기가 생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야 지혜가 만들어진다. 그 지혜 위에서 우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올해에는 보다 나아진 소통으로 작금의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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