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교장선생님, 이러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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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교장선생님, 이러지 마셔요!

  • 승인 2017-01-09 11:05
  • 신문게재 2017-01-10 22면
  • 김진설 서천 시초초 교장김진설 서천 시초초 교장
▲ 김진설 서천 시초초 교장
▲ 김진설 서천 시초초 교장
여럿 자식 중에 깨물어 안 아픈 자식 없다지만 때로는 아픈 자식이 있기도 하다. 교장이 되고나서 학생들을 늘리려고 노력한 첫 해의 성과가 지금의 3학년이다. 1년에 한 명도 태어나지 않는 시골의 자그마한 면에서 17명이라는 학생으로 교실이 그득하니 보내주신 학부모님들이 고맙고 3년 동안 잘 자라준 아이들이 예쁘기만 하다. 그래서 더더욱 3학년이 나에게는 깨물어 아픈 아이들인 셈이다. 하여, 3학년 교실에 가끔 들어가서 특강이라는 명목으로 수업을 하곤 한다.

오늘도 3학년 교실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듣는 첫 마디가 “교장선생님께서 특강하러 오셨다”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3학년짜리들이 뭘 안다고 특강이라는 말을 할까, 담임선생님께서 일러 주셨나?' 생각을 하면서 서천 8경에 대한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한다.

서천 8경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성질이 급한 민수가 뒤에 앉은 민준이와 서로 “잘했다, 못했다”하면서 가볍게 다투는 것이었다.

나는 짐짓 모른 채 하면서 애써 눈길을 다른 데로 돌렸다. 잦아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자 더 이상 궁시렁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시 5분 여 공부를 하고 있는데 녀석들이 또 다시 싸우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현숙이까지 가세해 둘이 하나를 공격했다.

급기야 민수가 민준이를 한대 때릴 기세를 보이자 민준이도 일어서서 민수쪽으로 달려들었다. 싸우는 모습을 보고만 있던 친구들 몇이 일어나서 싸움을 말렸다.

아이들이 뜯어 말리는 통에 싸움은 싱겁게 끝났고 나머지 수업은 하는 둥 마는 둥 마치고 교장실에 왔다. 속으로는 '어허 이 녀석들 어른 앞에서…'하면서 애써 마음 너른 교장으로 되돌아가려고 하였다.

잠시 쉬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아무도 없어야 할 교장실에 인기척이 보이는 것이었다. “아니 너희들 웬일이야?” 특강 시간에 싸운 셋이서 교장실에 있었던 것이었다.

민수 말을 들어보면 '교장선생님께서 공부를 잘 가르쳐 주셨는데 너희들이 싸우고 나쁜 짓을 해서 교장성생님께서 속상해 할 것이다. 가서 사과를 하고 와라' 하면서 담임선생님께서 시켰던 모양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나는 “막대기는 가지고 오셨는가요?”하면서 무섭게 혼내려는 시도를 했다. 그리고는 손을 들라하고 긴장감이 돌게 했다. 셋의 눈이 왕방물만 하게 커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잘못을 느낄 즈음 나는 아이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손을 높이 들었다.

“내가 잘못 가르쳐서 너희들이 싸웠으니 내가 벌을 받아야 해, 내가 잘못했다.”

갑작스런 교장선생님의 행동을 보더니 민수가 내 손을 잡으면서 “교장선생님, 이러지 마셔요. 제가 잘못 했어요”하는 것이었다.

남을 감화시키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행동으로 하기도 한다. 천사인 우리 아이들에게 짙은 먹구름이 끼지 않게 혼내거나 타이르는 방법이 분명 있다.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은 아이들도 속은 있으니까 말이다.

김진설 서천 시초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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