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판도라' 스틸컷 |
요즈음 현대인들은 현실과 영화 속의 삶이 혼재되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영화 ‘판도라’에서 갑작스런 원전사고와 그 상황 속에서 급박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숨 가쁜 대처방안을 보면 마치 자신이 영화 속에 있는 듯 한 현실로 착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의 사실경험이 있었기에 단지 허구를 가장한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문제와 가족애 등 많은 문제점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강재혁의 마지막 대사를 되새겨본다.
▲ 영화 '판도라' 스틸컷 |
‘엄마… 엄마… 무서워…’ 강재혁이 두려워하는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쏟아내야만 했다. 주인공 강재혁은 겉은 까칠하고 투박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속 깊은 청년으로 자신보다는 가족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엄마’, 과연 ‘엄마’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대상관계이론에서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를 살펴보면, 애착관계를 맺어가는 시기에 아기는 엄마의 눈을 바라보면서 처음에는 그 엄마가 자신인 줄 믿게 된다.
그러다가 차츰 그 엄마가 내가 아닌 또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6개월 이전의 유아는 아직 자의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엄마를 바라보며 "저게 나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엄마를 바라보면서 유아는 그 엄마를 자기 내면에 내재화(內在化)시키게 된다. 그래서 유아는 내면에 엄마가 잠시 안 보여도 크게 불안해하거나 엄마를 찾지 않게 된다. 그 이유는 아기 내면에 대상항상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즉 ‘대상이 항상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다.
애착이론에서는 엄마는 아기에게 안전기지 같은 존재이다. 이미 엄마가 아기에게 심어준 신뢰로 인해 아기 마음에 외부의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완충시킬 수 있는 내적인 장치가 이미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재혁이의 가정도 아빠와 매형을 사고로 잃었다. 그로인해 재혁이는 상실의 아픔을 가지고, 현실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간다. 엄마한테 반항도 해보고, 다른 삶을 꿈꿔보기도 하지만, 결국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죽음에 이르는 그 순간에서야 ‘엄마’를 목메어 불러보지만, 엄마는 옆에 있지 않는다는 사실에 피눈물을 흘리고 만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서 만난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기 자신, 타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때로는 왜곡되고 비뚤어지고, 비합리적이며 불안전할 수 있다. 눈으로 바라보고 보이는 것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까지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다면, 어느 누구든 미워하거나 시기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랑이란 마음으로 옆에 있을 때 서로 잘 해줄 수 있는 많은 기회들로 삶을 영위할 수도 있다. 자신의 삶을 긍정으로 살아내는 것과 자신을 긍정으로 성찰하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패턴 속에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긍정으로 자신을 잘 이끌어가야 하는 자신만의 에너지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 박경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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