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100일 '화훼업의 눈물'

  • 경제/과학
  • 유통/쇼핑

청탁금지법 100일 '화훼업의 눈물'

김영란법에 시든 화훼업, 연말연초 대목에도 시름

  • 승인 2017-01-04 15:54
  • 신문게재 2017-01-04 7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난, 화분 판매율 작년동월대비 반토막

난 거래량 감소에 주2회 경매도 1회로

경조사 화환은 11월부터는 회복세 돌입


“작년 12월~1월의 반토막이네요. 인사시즌이면 뭐해, 난도 꽃도 안나가요. 2월 졸업시즌 대목에는 나아질런지 걱정만 앞서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둔산 대전꽃도매시장을 찾았다. 지상 주차장 5층까지 꽃향기가 가득해 미리 봄을 만난 듯 미소가 지어졌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직무관련자라해도 꽃을 주고받아도 문제없다’는 농림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대국민 홍보 포스트가 붙어있다.

청탁금지법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 외식업이 아닌 ‘화훼업’이다.

식당은 반찬 수를 줄여 임의로 가격을 조절할 수 있지만, 화훼업은 가격폭을 쉽게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이다. 또 난과 꽃이 생활필수품이 아니라는 의식도 화훼업의 한숨을 늘리는데 한몫 했다.

둔산 대전꽃도매시장 1층 곳곳에는 완성된 꽃바구니, 화분, 드라이플라워, 화환이 즐비했지만 손님은 없었다. 간간이 소규모 꽃집이나 화원 상인들의 발걸음만 있을 뿐. 주문전화가 걸려오지는 않을까 매장에 귀를 기울여 봤지만 전화벨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선물용 화분은 대부분 5만 원 선이다. 청탁금지법 제한을 넘지 않는데도 작년 10월부터는 난 판매가 눈에 띨 만큼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도매시장만이 아니다. 농장은 고사위기고 꽃과 난을 배달해주는 콜 직원들까지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씁쓸한 말을 이어갔다.

승진이나 인사이동 시즌이면 배달 온 난 행렬이 사무실에 가득했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로는 화훼종류가 가장 먼저 자취를 감췄다. 규정된 금액만 지킨다면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남기지 말자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로 화훼업은 지난 100일 동안 크게 위축됐다.

aT화훼공판장이 발표한 11월 거래지표를 살펴보면 난은 거래량과 출하가 미뤄지면서 전년 동기대비 27% 감소했다. 호접란, 동양란, 심비디움 인기품종 거래도 뚝 끊겼다.

이관계자 “12월 거래 지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11월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난 거래량이 줄어 일주일에 두 번 있었던 경매도 주1회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관엽류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나마 중저가 산세베리아와 금전수, 안시디움은 소비가 되고 있었다.

오는 2월 졸업과 입학시즌은 화훼업의 ‘대목’이다. 하지만 도매시장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 주로 쓰이는 축하, 조의화환은 10~11월보다는 차츰 회복세라는 점이다.

“10월에는 청탁금지법 시행 초반이라 화환조차 나가지 않았어요. 그나마 다행이지. 화환 거래는 꾸준히 늘고 있어요.”

청탁금지법 시행 100일 동안, 대한민국은 달라졌다. 개개인의 삶의 질은 높아졌고, 허례허식과 관행은 사라졌다.

하지만 경제적 소비는 절벽에 다다르며 문제점도 야기되고 있다.

이에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농축수산물과 화훼업, 요식업 등 몇몇 업종은 타격을 받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죄송하다. 길게 보면 이 법이 지향하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결국 시간 문제다. 타격받은 업종을 중심으로 정부가 대책을 모색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