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향 연동중 교사 |
수업 들어갈 때마다 보따리 장수처럼 학습준비물을 가득 들고 가는 것을 보면 자주 이런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일단 사회교과는 다루는 학습내용이 방대하다. 지리, 일반사회, 학교상황에 따라 세계사, 국사까지…. 어느덧 나는 보따리에서 물건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카라반 사회교사가 됐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 강의식 교수방법이라는 접근하기 쉬운 욕구에 따라가다 보니 교사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학생들의 흥미와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날 '프랑스의 교육방법과 삶의 철학'을 다루는 EBS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됐다. 블록과 융합교육의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특히 예술과 타 교과의 접목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평소 시도해 보고 싶었던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점이 많았다.
여러 장면 중 가을마다 훌륭한 요리사를 학교에 파견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 모습은 많은 자극이 됐다. 당시 떠오른 생각의 흐름을 표현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①원초적으로 요리는 독립적인 재료들이 섞여 있다 ②요리는 퓨전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가능할까? ③가능하다면 요리의 질과 재료 본연의 맛은 훌륭한 요리사 때문일까? ④양질의 급식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⑤중요한 것은 요리의 재료들이 조화롭게 융합되는 과정이다. ⑥교사는 가장 훌륭한 요리사가 돼야 한다.
여러 생각 끝에 나만의 수업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전공했던 미술교육 분야의 디자인, 동양화, 조소, 서양화 강의에서 습득된 작품제작 방법과 세계사 및 사회과목 모든 분야와 접목시켰다.
세계사에서는 우리나라와 세계역사의 인물 중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을 선정하고, 학생 각자가 그 인물을 집중 탐구한 결과 '중기 레옹', '혜교 자베스', '진구 빈치' 등의 흥미로운 인물 등이 태어났다. 이렇게 탄생한 멘토 인물과 자신을 합성한 초상화 제작, 명함 만들기, 세계사 일기 등을 써내려 가며 세계사 수업을 진행했다.
지금까지의 교육활동에서 나를 있게 한 철학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다음에는 아이들이 원래 가진 창의력이 발현되고, 공감능력이 고양되도록, 아이들 각자가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은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어 참여하고 협력하는 민주시민이 되도록 지지하는 것이리라.
진심으로 나와 수업으로 호흡을 같이하는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나의 행복의 원천이다.
이는 나의 교육은 교사의 스토리텔링이면서도 학생의 스토리텔링이고, 이때 일어나는 감응은 교사와 학생 상호 간에 일어나는 경탄이니까.
문소향 연동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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