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오디세이] 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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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오디세이] 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을 맞이하며

  • 승인 2017-01-02 12:34
  • 신문게재 2017-01-03 22면
  • 박경호 권익위 부위원장박경호 권익위 부위원장
▲ 박경호 권익위 부위원장
▲ 박경호 권익위 부위원장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이 오는 5일이면 시행 100일째를 맞는다. 청탁금지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연고·온정주의에 기대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어온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획기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우리나라 역사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과 후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지난 100일 동안 청탁금지법은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접대나 회식자리가 줄어들면서 '저녁이 있는 삶'으로 바뀌는 한편, '각자 내기'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작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일반국민, 기업인,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85.1%가 청탁금지법의 도입과 시행에 찬성하였고, 법 시행 이후 기업의 접대문화 개선(51%), 더치페이 일상화(47.8%), 각종 갑을 관계 부조리 개선(40.3%) 등을 가장 큰 변화로 인식하고 있었다. 접대 등 부패에 취약했던 우리의 소비문화가 체질개선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학교 상담 기간에 정말 빈손으로 가도 될지 걱정하던 학부모와 거절할 명분을 고민하던 교사 모두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심적 부담을 덜게 되었다. 실제 일선학교에서는 학교 지킴이가 학부모 방문 시 경비실에 짐을 맡기고 들어가도록 안내하거나, 마음의 선물만 감사히 받겠다는 사전 공지를 하는 등 예전과 다른 긍정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편,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에서 초·중·고 교사의 93.3%가 청탁금지법의 도입과 시행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찬성비율보다 굉장히 높은 수치로서, 선생님들은 이미 행동강령과 같은 내부 윤리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었던 터라 청탁금지법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오히려 부담스러운 부탁이나 선물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겨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이 지난 100일간 비교적 건강하게 우리 사회에 잘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 법의 시행을 열렬히 지지하고 실천해준 국민 덕분이다. 법을 만들고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 청탁금지법이 잘 정착되어 우리 사회가 더 청렴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이 우리의 잘못된 관행과 생활 방식을 바꾸기 위해 탄생한 법이다 보니 실제 적용 과정에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풍양속으로 여겨왔던 선물이나 답례가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을까 염려하거나 직무관련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혼란을 느끼는 부분이 그것이다. 또한 농·축·수산업이나 화훼업 등 서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법의 취지와 현실에 맞는 해석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한편, 소비위축 우려가 있는 업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범정부차원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백일 즈음 아기가 열병을 겪거나 감기에 걸리는 것을 두고 '백일 치레'라고 한다. 며칠 고생하면 낫는 것이 보통이라 어른들은 더 건강해지기 위해 앓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안쓰럽기만 할 것이다. 청탁금지법이 초기 부작용을 극복하고 면역이 강화되어 우리 사회에 건강히 자리 잡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 자식의 백일 치레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사회 전반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청탁금지법이 우리의 사고와 행동, 나아가 사회문화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면, 우리나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명실상부한 청렴한 선진 문화국가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박경호 권익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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