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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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겨울나기

  • 승인 2017-01-02 12:34
  • 신문게재 2017-01-03 23면
  •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지난 한해 우리 국민들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병신년을 보냈다. 전 세계적으로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 불확실성이 커져 대외의존성이 큰 우리 경제는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민생을 챙겨야 할 정부는 국정농단사태로 끝이 모를 나락으로 떨어져 괜한 서민들만 더 죽어나게 생겼으니, 올 겨울이 어느 때보다 더 혹독할 것 같은 것은 인지상정일 듯싶다. 하지만 춥다는 것은 결코 절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서운 겨울이 있기에 참고 견디는 과정에서 미래를 바꾸는 힘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역경을 극복하고 희망을 그려냈던 자랑스런 역사가 있지 않은가?

올해도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 왔다. 춥다는 것은 몸과 마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몸이 추운 것은 보일러를 높이거나 두꺼운 옷을 입으면 그만이나, 마음이 추운 것은 힘들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좀처럼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순간 마음이 추워지는 날에는 소화불량, 두통 등 신체적 고통이 동반하고 심할 경우에는 불안과 초조까지 겹쳐 불면증으로 이어기도 한다. 거기에 근거 없는 상상은 불안감을 눈덩이처럼 증폭시키기 까지 한다. 이럴 때에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몇 가지를 시도해봄으로써 어려움을 탈출하려고 한다. 첫째, 나를 힘들게 만든 요인을 찾아내 그에 대한 평가를 한다. 만약 그것이 실수에서 빚어졌다면 우선 반성의 시간을 갖으려 한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충분한 반성은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둘째, 불안에 빠져 있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상상을 해본다. '다 잘될거야!'라는 긍정의 메시지는 나를 최면 시켜 어려움을 극복해 줄 힘을 내준다.

셋째, 스스로에게 선물을 준다. 고생했으니 휴식을 주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먹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동료들과 수다떨기, 여행하기 등을 하며 기분전환을 꾀한다.

넷째,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목표를 세움에 있어 파괴적인 상상을 통해 새로운 나의 모습을 그려보고 색다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작품 구상도 이런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단계를 거치면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엇인가가 남으면 마지막으로 엄마를 생각한다. 어렸을 때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나에게 무용을 할 수 있게 해준 분이 엄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있을까? 지금은 내 모든 것이 된 무용이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정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버티기 힘들었고 그만큼 나약해졌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멀고도 먼 예술이라는 험난한 길에서 엄마에게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었던 것 같다. 엄마는 힘들어하는 어린 딸을 볼 때 마다 “넌 잘할 거야. 넌 할 수 있어. 널 믿어”란 말들로 나를 위로하고 내가 온전히 설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그런 엄마의 뒷받침과 믿음은 오늘날의 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어려움이 생기면 엄마를 생각하고, 엄마말씀을 되새기며 용기를 내려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유대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 '다윗왕의 반지'에 나오는 유명한 글귀로 어느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명언이다. 국내외에 닥친 위기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는 우리 국민에게 꼭 필요한 글귀가 아닐까 한다. 꼭 이겨냈으면 좋겠다. 아니 꼭 이겨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춤을 춘다. 춤은 기본적으로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지만, 나의 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힐링하고 삶의 희망을 이야기했으면 하는 소망을 해본다. 정유년 새해 독자여러분 가정에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희망찬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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