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창민 사회부 기자 |
과거, 12월이 되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약속이 잡혔다. 해마다 묵은 때를 벗겨 내기 위한 술자리가 있었던 것.
회사 동료와 친구들도 전날 마신 술로 인한 숙취가 아직 해소되지 못한 느낌이지만, 약속을 거부하지 않았다. 1차 식사, 2차 맥주, 3차 폭탄주는 기본. 날이 새도록 마셔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못했다.
그들은 항상 나에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더 이상 못 마실 때까지 술을 권했고 항상 만취 상태로 집으로 복귀했다. 몸이 힘들어 마시지 못하는 날조차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해 술자리가 달라졌다. 연말연시, 한 해를 보내려 술자리 약속은 역시 수도 없이 잡힌다. 하지만, 과거보다는 힘들지 않다.
전 과는 다르게 주변인 모두가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시는 것보다 본인의 주량에 맞게 마셔라”라며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게 해야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한다.
이런 분위기는 카드 매출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BC 카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2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BC 카드 사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치킨집이나 호프집, 소주방 등 주점 업종에서의 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고, 결제 건수도 10.4% 감소했다.
개인카드 이용액은 9.1%, 결제 건수는 10.7% 각각 감소했고, 법인카드는 7.3%와 8.6%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모임은 물론 회식 등의 술자리가 줄어들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한정식집과 일식집, 중식당, 서양음식점 등이 포함된 요식업종에서의 카드 결제 건수는 4.1% 늘었지만, 이용액은 0.5% 줄었다. 결제 건당 이용액은 4만 5천14원에서 4만 3천57원으로 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가 음식점으로 분류되는 한정식집(-17.9%)이나 갈빗집(-14.0%), 일식집(-4.7%) 등에서 카드 이용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중국 음식점은 4.9% 증가했다.
결제 시간도 빨라졌다.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를 기준으로 밤 9시 이전에 결제한 비중은 2014년 53.9%에서 지난해 55.8%, 올해 56.9%로 꾸준히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과 탄핵 정국이 맞물려 연말 송년회가 예년과 달라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심각한 경제적 타격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폭음을 일삼았던 문화가 음주를 즐기는 문화로 바뀌어야만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문화가 정착된다면 술에 사용되던 비용을 가족과 함께 문화와 체육 활동 등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올 것이다.
구창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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