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관리제(管理制)가 된 관료제(官僚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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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관리제(管理制)가 된 관료제(官僚制)

  • 승인 2016-12-27 11:09
  • 신문게재 2016-12-28 23면
  • 강병수 충남대 교수강병수 충남대 교수
▲ 강병수 충남대 교수
▲ 강병수 충남대 교수
최순실 국정문란사태가 전국을 혼란 속으로 몰아간다. 많은 국민들이 하루 종일 머리가 맑지 않고 나라 걱정과 근심에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과 관련된 연결고리는 대통령을 시작으로 하여 관료와 민간인까지 그 체인이 어마어마하게 형성돼 있다. 그 가운데 관료사회도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관료들은 직업공무원제라는 제도적인 틀 안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그 자리를 지키며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그 만큼 이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버팀목이자 기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료제라는 튼튼한 버팀목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국가사무를 헌법과 법률에 따라 민주성과 효율성뿐만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를 가지고 당당하게 서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버팀목인 관료제가 정치권이 관리하는 관리제로 보였기 때문이다.

산업사회가 등장하면서 그 역기능이 있었지만 산업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뒷받침한 조직이 관료제(bureaucracy)였다. 즉 오늘날의 관료제는 산업혁명 이후 분업과 전문화로 인해 나타난 거대 조직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기 위해 탄생한 조직체이다. 막스 웨버(Max Weber)라는 위대한 학자가 관료제를 체계화해 산업사회를 유지·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정보사회가 등장하면서 관료제 조직체계가 맞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팀제, 네트워크제, 아메바형 조직 등의 조직 개념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관료제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관료제가 잘 작동되었으면 최순실 사건으로부터 이어지는 오늘날의 국가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료제는 예외 없이 피라미드 형 위계질서를 가진다. 공문(公文)을 통해 하부조직에서 상부조직으로, 상부조직에서 하부조직으로 정보가 끊임없이 흐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결재를 하게 된다. 이 긴 결재과정이 레드 테입(red-tape)으로 작용해 관료제의 역기능을 가져올 수도 있으나 관료제의 진실한 힘이 여기에 숨어있다. 이 수많은 결재 과정이 관료제의 역기능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책임과 의무, 견제와 균형을 찾게 하는 과정인 것이다.

결재는 혼자서 하지 않는다.

최순실 사건에서도 보면 수많은 국가사업을 수립하고 엄청난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결재권자가 있었을 것이다. 예산은 당해 중앙부처를 통과하고 기획재정부를 거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결재라인을 통과하는 결재권자가 반드시 책임을 진다면 불합리한 사업이나 예산은 쉽게 결재라인을 넘지 못할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상관이 올바르지 못한 일을 시킬 때에는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모든 공직자는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참 나쁘거나 진실하지 못한' 정치인과 일부 관료의 기회주의이다. 부패한 정치인들이 인사권을 남용하면서 관료들에게 적당히 눈감아 주기를 강요한 것이 곳곳에 보인다. 공정하지 못한 권력남용과 기회주의가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상관이 시켜도 옳지 않은 일은 뜻을 굽히지 말라고 분명히 했다. 그래서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여 충신을 기려왔다. 더 이상 부패한 정치인과 기회주의에 물든 관료들이 관료사회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인사권 남용은 국회나 독립된 기관에서 다루도록 하여 관료들이 소신과 책임, 그리고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떨어진 사기를 앙양할 뿐만 아니라 관료들이 소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관료사회의 제도적인 틀을 견고하게 보완하고 새로운 사회적 풍토가 촛불이 되어 곳곳을 밝히기를 기대한다.

강병수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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