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은 6년째 매월 한 번씩 거리로 나간다. 구민이 버린 폐기물을 치우기 위해서다. 여름엔 더위가, 겨울엔 지독한 추위가 함께한다. 힘에 부칠 법도 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과 다년간의 노하우로 여느 직원 수준으로 폐기물을 수거한다. 박 청장이 거리에 나서서 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지난 20일 중구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형폐기물 현장수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구정을 살펴보니 복지비는 느는데 세수는 한정돼 있고 거품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위탁을 줬던 환경미화 부분을 계약기간이 끝난 2011년 9월에 맞춰 직영으로 전환했다. 구청 소속 직원들이 늘어난 업무에 부담을 느낄법해 일한 만큼 수당을 더 주기로 하고 구청장이 한 달에 한 번씩 같이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해 매달 한 번씩 꼭 같이 나가고 있다.
-현장에서 동참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세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나 자신에 대한 것이다. 어렵게 구청장이 됐는데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자신을 잡기 위한 경계심을 주입하기 위해서다. 구청에서 가장 힘든 일이 뭔가 생각했는데 새벽에 나가서 환경관리 요원과 청소하는 것을 함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둘째는 앞에서 말한 예산 절감이다. 직영으로 연간 예산 10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었다. 구의회의 반대로 대형폐기물반을 제외한 거리청소, 음식물쓰레기 수거 등은 다시 위탁에 맡기게 돼 현재는 대형폐기물만 직영으로 운영한다. 마지막은 현장을 직접 뜀으로써 더 나은 행정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직원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직원과 소통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 듣고 그것을 행정에 반영시킬 수 있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하나는 운영 방식에 있어 한 차례 변동이 있었다. 구의회는 위탁 운영하던 걸 직영으로 하면서 직원의 업무 강도가 세졌다고 지적했다. 장ㆍ단점이 있는데 일한만큼 수당을 더 지급하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반발이 강해 다시 위탁으로 전환했다. 아쉬운 점은 직영일 때만큼 거리가 깨끗하지 않아 관련 민원이 늘었다. 내 집 청소를 직접 하는 게 더 깨끗한 것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위탁업체가 인건비 절감 때문에 직원을 적게 쓰는 것도 있다.
지금은 대형폐기물만 직접 수거하고 있는데 일이 고되다. 폐가구를 해체해 차에 싣는 작업이다. 초반에는 못에 찔려 상처도 많이 났다. 무거운 소파를 들면서 허리도 아팠다. 지금은 숙달된 조교 수준이다. 못 쓰는 가구를 해체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다.
-현장에서 접한 문제가 해결된 점이 있다면.
▲대형폐기물을 배출할 때는 주민센터에서 스티커를 사다가 붙여야 한다. 주말의 경우에는 온라인으로도 구입할 수 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모를 수도 있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미리 구매를 해놓고 그때그때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현장에서 지켜보고 개선점을 고민하고 건축과를 통해 실무 개선 방향을 전달했다. 작은 부분이지만 주민 불편을 개선하고 덜어주는 게 현장행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중엔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경지킴이 제도를 도입해 신고포상금제도를 만들었다.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도록 한다. 자율방범대원이 쓰레기 불법 투기를 막다가 권한 문제로 실랑이가 오간 적이 있는데 자율방범대에게 단속 권한을 줘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데도 힘쓰게 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대형폐기물 수거는 구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계속할 거다. 주변에서는 이제 그만하라는 농담 섞인 말도 자주 하는데 이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고 직원과의 약속이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노동 강도가 더해지는데 난 한 달에 한 번이고 직원들은 그것을 매일 하고 있다. 현장에서 더 많은 걸 보고 제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구민에게 한 마디.
▲생활쓰레기 분리 수거를 잘하는 구민도 많지만 여전히 애로사항이 있다. 내가 사용한 쓰레기를 버리면서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 버리고, 소파나 대형폐기물을 버릴 땐 주민센터에서 스티커를 부착해 붙여달라. 형편에 따라 적은 돈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사용한 건 내가 처리한다는 주민의식이 높아지길 바란다. 중구는 대전의 어머니 도시다. 정갈한 어머니의 모습처럼 우리 중구도 오래된 도시지만 깨끗하고 인자한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많은 구민이 함께해주길 바란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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